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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 교육은 의무교육이고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헌법 제31조, 교육기본법 제8조, 초중등교육법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무상의 범위는 우선은 수업료·학교운영비를 뜻하지만 급식비, 교재비, 기숙사 제공까지 확대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초·중학생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야당은 나름대로 효과를 봤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후 여당은 보편적 복지가 아닌 학교급식을 전면 무상급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국가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하니까, 야당은 지방예산(지방자치단체+교육청)으로라도 먼저 시행토록 권유해서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부터 추진하게 되었다. 그것은 나중에 국비지원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 이후 여당은 야당에 선점당한 무상급식을 만회라도 하듯 2012년 무상보육을 일사천리로 추진했다. 초·중학생에 대한 의무교육과는 달리 영·유아보육은 국가의무가 아닌데도 보육료, 급식비, 교재대, 운영비 등을 총망라하여, 0~2세는 국비 70%, 지방비 30% 비율로 1인당 월평균 70만8000원 정도를, 3~5세는 교육청 예산으로 1인당 월평균 29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초·중학생 급식비 1인당 월 6만~8만원에 비하면 무상보육은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금액이다.

학교급식법에서 급식비 중 운영비·시설비는 국가 부담으로 규정했고, 다만 식품비는 보호자 부담 원칙으로 정했지만 이는 원칙일 뿐 국가 부담이 불가하다는 규정은 아니다. 즉, 학교급식은 반드시 유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부잣집 초·중학생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은 안된다고 하면서 부잣집 영·유아들에게는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것은 논리의 모순이다.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은 안된다고 하면서 의무보육 대상이 아닌 영·유아들에게는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것도 논리의 모순이다.

학교급식이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라 주장한다면 선별적 복지에 해당하는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에게만이라도 국비를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학교급식법에서 학부모 부담 원칙으로 규정한 식품비는 제외하더라도 인건비, 운영비, 시설비만이라도 국비를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학교급식이 선별적 복지라면 영·유아 보육도 선별적 복지여야 하고 따라서 부잣집 영·유아들에게는 급식비 등 보육비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 게 맞다는 논리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도 밥은 나눠 먹고, 밥 먹을 때는 강아지도 때리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그것은 먹는 밥 가지고 누구도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는 조상들의 평등사상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의 아들·딸, 손자·손녀들 밥 한끼 먹는 것 가지고 이래도 되는가? 묻고 싶다. 가장 신성해야 할 초·중학생 무상급식이 정치권의 이해다툼으로 천덕꾸러기처럼 되어가는 현실이 가슴 아프고 이로 인해 마음 깊이 상처받을 학생들이 걱정된다.

무상급식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나 결자해지라고 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국비 지원을 이끌어낼 자신이 없었으면 아예 공약하지 말든지, 공약했으면 사생결단을 걸고 정부여당을 설득해 국비 지원을 받아내든지 했어야 옳다. 그런데도 5년째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고 수수방관하는 인상이다.

지난번 문재인 대표가 홍준표 경남 지사를 찾아가 무상급식을 주장한 충정은 이해되지만 정부를 상대로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함께 보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가 5일 경남도청 민원실에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신청서를 도청 공무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지금이라도 야당은 의무교육의 일환인 무상급식에 대해 결자해지 자세로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설령 학교급식이 선별적 복지라면, 최소한 선별적 복지에 해당하는 어려운 가정의 초·중학생들에게만이라도 또는 식품비를 제외한 인건비, 운영비, 시설비만이라도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무상급식은 의무급식이다. 이는 국가 책임이고 여야의 공동 책임이다. 우리 모두 아이들이 점심 한 끼 눈치 보지 않고 맘껏 먹을 수 있게 아량을 베풀길 바란다.


이시종 | 충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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