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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치러질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될 것 같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그제 수능 난이도와 관련해 “작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은 특히 영어와 수학이 쉬워 만점자가 속출했다. 이에 따라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변별력 약화에 따른 ‘물수능’ 논란이 벌어졌다. 따라서 교육 당국 말대로라면 올 수능은 최소한 작년보다 어렵지 않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수능이 초·중·고 교육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쉬운 출제’ 기조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다고 공교육 살리기의 대의에만 골몰해 변별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쉬우면서도 변별력을 갖춘 수능, 교육 당국의 묘안을 기대한다.

17일 오후 서울 교육대학교 사향문화관에서 열린" 수능 출제 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방안 " 공청회에서 김신영 수능 개선 위원회 위원장이 추진 배경 현황 등 문제점에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수능 난이도는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와 연계된다. 쉽게 내면 사교육의 필요성이 줄고 어려우면 늘어난다. 또한 수능이 교육당국의 장담처럼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된다면 수렁에 빠진 공교육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1년 예산이 300조원을 조금 넘는 나라에서 사교육에 20조원가량 지출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쉬운 수능이 곧바로 사교육 광풍을 잠재우고 공교육을 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출발점은 될 수 있다.

물론 수능만 쉽게 낸다고 해서 곧바로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공교육 위축 현상은 사교육 탓이라기보다 오히려 단순주입식 암기와 경쟁 원리가 판을 치는 공교육 내부의 모순이 응축된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과도한 대학서열화 체제와 구태의연한 인재 등용 방식 등 엇나간 사회 제도가 이를 부추긴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물수능’ 문제로 교육 현장이 혼란을 겪는 것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다. 수능과 내신을 학생 선발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현행 대입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적정 수준의 변별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학생을 모집하는 대학들이 다양하고 합리적인 학생 선발 기준을 마련하도록 교육 당국이 유도해야 한다. 대학들이 설립 취지에 맞춰 공교육과 연결되고 사회적 공감도 얻을 수 있는 학생 선발 기준을 자율적으로 정해 시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다. 대입제도의 모순을 해결하는 대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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