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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월째 공석이던 한국체육대 총장에 결국 ‘친박 인사’가 임용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체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가 1순위로 추천한 김성조 후보자의 교육부 임용 제청을 받아들여 지난 5일 그를 제6대 총장에 임명했다. 김 총장은 체육과 관련한 전문성이나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 대신 경북 구미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 정치인으로 꼽힌다. 놀라운 일이다. 2013년 김종욱 전 총장이 물러난 후 대학이 추천한 후보를 교육부가 네 차례나 퇴짜 놓았던 이유를 실토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그동안 한국체대 외에도 국립대 총장 임용 제청을 줄줄이 거부하면서 가타부타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공주대는 12개월째, 한국방송통신대는 5개월째, 경북대는 6개월째 총장 공석 사태를 빚고 있다. 교육부는 공주대 김현규, 방송통신대 류수노 총장 후보자가 각각 낸 임용 제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처분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 행정절차 위반이라는 법원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법원의 결론을 따르겠다”며 끝까지 법적 대응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종욱 前 국립한국체육대학교 5대 총장 (출처 : 경향DB)


국립대 총장은 대학이 두 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이 그 가운데 한 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교육부가 이례적으로 해당 대학 총장 임용 제청을 거부한 배경에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은 인사에 대한 거부 의사라는 것이다. 청와대 직원이 총장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까지 해서 시국선언에 참여했는지 물었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나온 마당이다.

한국체대 총장에 친박 인사를 앉힌 것은 결국 현재 임용 거부 사태로 총장이 장기 공석 중인 국립대도 알아서 친정부 인사로 추천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로서, 결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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