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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경기 안양시 만안구 소재 서안양우체국에서 발달장애 청년들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커피전문점 ‘나는카페’ 개점식이 열렸다. 3명의 발달장애 청년들이 손님맞이를 위해 쿠키를 굽고 커피를 내렸다. 그런데 카페 밖에서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세 명의 여성들이 행사를 전후해 카페 근처를 떠나지 않고 서성이고 있었다. 발달장애 청년들의 어머니들임을 행사가 끝난 후에야 알았다. 나는 개점식이 끝난 후 청년들의 어머니들에게 다가가 행사 자리(좌석)로 모시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어머니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종일 서 있는 것도 기쁘다”며 오히려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비록 한 달 급여가 70만원에 불과하지만 아들이 일하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어머니들이 겪는 애로는 거의 자기 시간의 전부를 자녀와 함께 보내고, 돌보면서 겪는 신체적 피로감이 크다는 데 있다. 지난해 발달장애 아이를 둔 어머니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어머니들은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아찔했던 경험과, 또 그로 인해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고달픈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들은 24시간 내내 장애 자녀를 돌보느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잠시라도 주의를 게을리하다보면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회로부터 고립되면서 발생하는 고독과 우울감이다. 그나마 같은 처지의 어머니들이 모여 자신의 스트레스 극복과 자녀에 대한 돌봄 사례를 공유하고 서로 위로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만족해야 하는 게 이들의 현실이다.

지난 4월 발달장애 가족을 지원하는 한 단체가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주관한 도민공모 연구지원사업의 주체로 선정된 일이 있다. 이들의 연구 과제는 ‘발달장애 여성의 부모됨 지원’이었다. 이 단체는 6개월 동안 경기도 내 8곳의 발달장애 어머니 가정에 대해 가족의 실태를 파악하고 가족유지를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연구목적은 발달장애 어머니를 가족에서 분리시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기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발달장애 어머니 한 사람을 포함한 가족체계가 연구대상이므로 가족원 모두를 심층적으로 면담하고 살펴보는 일은 고도의 인내심과 기술을 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참여자들이 이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친분과 공감을 형성해 온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는 10월 완료될 이 연구결과가 그동안 복지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발달장애 어머니와 가족의 지원정책을 낳게 하는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세정 |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경영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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