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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내게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세트피스였다. 세트피스는 공이 정지된 상태에서 약속된 방법과 동작으로 골을 넣기 위해 선수들이 함께 구사하는 것으로, 수비 조직력이 강화되면서 득점 기회가 적어진 현대축구에서는 매우 중요한 공격전술이다. 러시아 월드컵은 역대 최다 세트피스가 나온 대회였다. 호날두, 메시, 네이마르와 같은 축구 스타들의 화려한 개인플레이도 볼 만한 것이지만, 순간의 집중력과 짜임새를 갖춘 움직임으로 진행되는 조직적인 팀플레이는 감동 그 자체였다.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민생정책은 과연 다를까? 월급쟁이나 알바 혹은 자영업자 등으로서 생활을 꾸려야 하는 청년과 중장년, 노년이 처한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 따라서 이들의 생활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 또한 다양한 내용과 광범한 층위가 어우러진 정책 패키지여야 하고, 짜임새를 갖춘 조직적인 팀플레이로 추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짜임새를 갖춘 조직적 팀플레이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패키지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 첫걸음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한 건 적절했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하나로는 다양한 처지에 놓인 이들의 생활을 개선키 어렵다는 데 있다. 소득 최하위 가계가 주로 노인 가구와 영세자영업자 가구 등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취약계층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노인과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이번 정부 대책은 늦었지만 꼭 필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은 당초 2021년부터 월 3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대책을 통해 시행 시기가 내년으로 앞당겨졌다. 2022년까지 계획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 또한 내년 1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노인과 장애인 수급자에 대한 근로소득공제의 확대와 자활사업 참가자에 대한 급여 수준도 높아질 예정이다. 저소득층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현금을 세금 환급 형태로 지원해 주는 근로장려금의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지급액을 인상하기로 한 것도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생계가 어려운 시점과 급여를 지급받는 시점이 너무 벌어져 있다는 문제, 지급 시기가 연 1회로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영세자영업자의 생활 개선을 위한 대책들도 제안되었다. 카드수수료, 임대료,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본사 사이의 공정관계 문제들은 영세자영업자의 인건비 지불능력과도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최저임금의 인상과 동시적으로 다뤄졌어야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대책은 노인과 영세자영업자 가구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최저임금 인상에 추가해 짜임새 있는 민생정책의 패키지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세트피스에도 키플레이어는 필수적이다. 민생정책의 키플레이어는 누구인가? 당연히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가진 국회다. 여야 대립과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민생·개혁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발이 묶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가맹사업법, 지역상권상생발전법, 공정거래법 제·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제안된 공정경제의 내용을 채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 역시 국회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제는 국회가 세트피스의 키플레이어로 나서야 한다.

<홍경준 |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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