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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 후보는 며칠 전 기자간담회에서 “친노니 친문이니 하는 것은 언론에서 하는 표현이지 내부에선 잘 못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경쟁 상대인 송영길 후보는 31일 한 인터뷰에서 “세 후보 중 가장 친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후보는 친노라고 평가받는다”고 갈라쳤다.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취를 둘러싼 김진표 후보와 이 후보 측의 대립을 두고는 “친문 좌장과 친문 실세들의 골육상쟁”이라는 얘기가 버젓이 나온다. ‘100년 정당’을 다짐하는 민주당의 당대표 경선판이 퇴행으로 얼룩지고 있다. 친문, 진문, 신문, 친노 등속이 공공연히 운위되고 통하는 현실이다. 어쩌면 지지율 높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앞세우는 건, 경선의 승패를 좌우할 친문 당원들을 향한 선거전략이라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더 친문’과 ‘덜 친문’이 경쟁의 중심이 되고 실제 당락에서의 잣대가 된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계파 논리만을 갖고 집권당 대표를 뽑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집권 중반기를 이끌 여당의 대표가 짊어져야 할 소임은 막중하다. 정권의 성패를 가름할 개혁입법 과제를 수행해야 하고, 2020년 총선 공천을 책임져야 한다. 지난 대선 당시 자신있게 내세웠던 ‘민주당 정부’는 간데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옅어진 집권당의 위상도 곧추세워야 한다. 집권여당의 지도부 경쟁은 개혁입법 추진, 당·청관계 정립, 대야관계 설정, 경제 회생, 정치개혁, 당의 진로 등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전개되어야 마땅하다. 한데 비전과 정책은 메아리 없는 구호로만 펄럭이고, 실은 ‘누가 대통령과 더 가깝느냐’를 놓고 쟁투하는 것처럼 나타나고 있으니 한참 잘못가고 있다.
반면교사 삼을 역사는 멀리 있지 않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인 새누리당은 친박·진박·뼈박·골박·곁박·잔박 등등 온갖 유치찬란한 조어들을 앞세워 충성 경쟁을 벌이다 결국 ‘막장 공천’ 끝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대통령과의 관계만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추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게 먼저다. ‘대통령과 잘 통한다’는 것만 앞세울 게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 야당과의 소통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특정 계파의 수장이 아니라 정권과 나라를 책임질 집권여당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섰다는 점을 몰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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