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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람사르습지도시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국과 중국 현장을 방문했다. 영국 습지 3곳을 둘러보고, 런던에서 상하이로 가는 비행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으면서 우포늪 따오기의 복원과정 15년이 생각났다. 우포늪에서는 조류전문가인 고 김수일 교수의 제안으로 우리 땅에서 사라진 따오기를 되살리는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이 시작되었다. 김 교수는 황새와 따오기 등 이 땅에서 사라진 종들을 복원하는 미래계획을 세우고, 자주 환경운동가들과 교류했으며 서해안 무인도에 서식하는 저어새 보호를 위해 조류학자로서 최선을 다한 분이다. 그의 제안은 우포늪이 따오기 같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기에 적합하고 무엇보다 따오기의 복원과정이 우포늪의 생물서식지로서의 기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이 같은 제안에 창녕군과 경상남도, 환경부를 찾아다니면서 따오기 복원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5년 우간다에서 이재용 당시 환경부 장관이 2008년 람사르협약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환경부가 사라진 따오기를 복원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기도 했다. 그 결실로 2008년, 당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선물로 람사르협약총회 2주일 전에 우포늪에 따오기 한 쌍이 들어왔고 세월이 흘러 10년 만에 313마리로 증식되었다. 내년에는 이 따오기들을 우포늪에 야생방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중국이 선물한 따오기를 한국에서 소중히 길러 다시 그 자손들 중 일부를 중국에 선물하는 것은 생태와 생물다양성이 양국 우호를 재다짐하는 중요한 고리가 된다는 것으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2008년 람사르협약총회 당시 북한을 초청하기 위해 평양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북한에서도 따오기가 멸종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그래서 남북의 평화무드가 조성될 때, 우포늪 따오기를 북한에 제공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따오기라는 생명체를 통해 남북과 중국까지 동북아시아의 생명평화공동체를 이루는 것에서 한국이 중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까지 논의한 바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국가정상 간에 우호의 선물로 판다, 황금원숭이 등 귀한 야생동물들을 선물로 주었는데 대부분 동물원의 구경거리가 되는 동물들이었다. 그러나 따오기는 이 땅에서 사라진 한 종을 되살리는 동시에 동북아 평화의 상징으로 남북을 오가고, 중국을 오가는 미래 생태문명을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시진핑 주석은 얼마 전 전국대표자대회에서 ‘생태문명’의 전환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발표하였다. 실제로 중국은 사람과 야생동식물이 공생하는 사회 건설이라는 큰 그림을 2040년까지 그리고 있음을 이번 방문에서 알게 되었다. 27년 동안 우포늪과 순천만 등 우리나라의 중요한 습지보전 운동에 참여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지난 10년 동안으로, 강의 배후습지가 훼손되고, 흑두루미 등이 아무르 강에서 출발하여 낙동강 모래톱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일본 이즈미로 이동하던 통로에 변화가 생긴 것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이들의 쉼터가 사라지면서 서해안 쪽으로 이동 경로가 바뀌었고, 6·25를 전후 하여서는 낙동강변 곳곳에서 겨울철에 두루미류들이 월동하였다는 시골 할아버지들의 목격담도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이제 한국도 산업화로 훼손된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복원을 통하여 중국이 마오쩌뚱의 혁명 시대를 거쳐, 덩샤오핑의 산업화 시대, 시진핑의 생태문명전환으로 나아가고 있는 시대적 과제를 깊이 들여다볼 때이다. 한국도 문재인 정부 시대가 산업화로 사라진 우리 생태, 전통문화를 복원한 시대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이 한·중관계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전환하기를 바라는 평범한 시민이 두 손 모으며 이 글을 쓴다.

<이인식 | 우포따오기자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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