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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짓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를 먼저 묻는 게 건축이라고 여긴다.’

건축가 이일훈의 말이다. 추운 겨울,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은 어떻게 사는가?

학교는 학생들이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학생들이 하루의 3분의 1 이상을 보내는 또 다른 삶의 공간이다. 학교 복도에서 겨울은 유난히 잘 느껴진다. 학교 화장실은 늘 춥고 부족하다. 잠시 머무는 지하철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은 아이들이 자주 쓰는 학교 화장실보다 한결 따듯하고 풍족하다. 오래된 학교는 시설을 개·보수하려 해도 개·보수 연한이 있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설사 수리가 가능해도 학교 예산은 교수학습비로 쓰기에도 빠듯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선뜻 이해가 안된다. 그 많은 교육예산은 어디로 가고 늘 학교는 춥고 가난할까. 428조원 규모의 새해 국가예산안이 통과되었다. 복지예산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교육예산은 64조2000억원이다. 어린 시민들이 또 다른 삶을 사는 공공의 공간에 볕이 들고 바람이 통하고 아늑해서 건강하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복지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공간이다. 학교공간은 교육적 관점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 공간도 교육과정의 일부이다. 교육적 공간은 학교 철학을 담고 있다. 학교 철학이 사랑과 도전이라면 그 가치를 담고 있는 공간의 모습으로 꾸미면 좋겠다. 교육적 공간은 학생들에게 인지적·정의적·심동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주는 공간이다. 자기 표현을 할 수 있고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교실은 교육과정과 수업 철학과 목표에 따라 자리 배치가 달라진다. 관계 맺기와 협력과 의사소통 역량을 중요시하는 수업에서 일제식 자리 배치는 효과가 적다. 수업 목표 달성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리를 배치해야 한다. 자리는 여러 형태로 배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ㄷ자 자리 배치를 하는 교실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마주 보고 텍스트에 대해 대화하며 상호작용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교수자 1명과 10명 정도가 앉아 과제를 토론하고 해결하는 수업을 하는 곳은 하크니스 테이블을 배치한다.

학교는 학생이 생태적 삶을 경험하는 공간이면 좋겠다. 일전에 학생들과 우리 학교의 장점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아이들이 손꼽은 장점은 교문에서 이어지는 잣나무길이었다. 아이들이 자연에 관심 없어 보였지만 잣나무길을 걷는 짧은 등하교 시간에 자연을 느끼며 좋아했다. 교과서에서 멸종위기 북극곰에 대해 배우고 전기절약을 위해 태양광 발전소를 옥상에 설치하거나 물 절약을 위해 빗물저금통을 교실에서 관리해보는 경험의 공간이면 좋겠다.

학교는 학생이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공간이면 좋겠다. 학교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작년, 학교에 여유실이 있었던 교사연구실을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기획해서 학생프로젝트실로 같이 사용할 수 있게 꾸몄다. 500여명의 학생들이 쉬고 공부하고 여러 활동을 꾸릴 수 있는 공간이 한두 실이라도 있길 바라서다.

학교 하면 긴 복도와 유리창이 먼저 떠오른다. 이제 학교 하면 따듯함, 안전함, 성장, 민주주의, 생태가 떠오르면 좋겠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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