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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친구와 오후 3시에 시청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모바일 앱을 켜고 버스 위치와 소요시간을 확인하니 집에서 떠나야 할 시간이 예상된다. 늦지 않고 약속장소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일상화된 일이지만 신호등도 없는 남아시아의 작은 나라 부탄에서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부탄 수도 팀푸시에는 56대의 버스가 다니고 있으나 배차시간이 길고 배차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시민들은 버스 이용을 포기하고 걸어다니거나 좁은 도로에 너도나도 자가용을 끌고 나오기 일쑤이며, 이로 인한 교통체증과 배기가스 배출 증가는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부탄은 산림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배출량보다 높은 전 세계 몇 안 되는 탄소중립국 중 하나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호 붕괴 홍수에 노출되어 있으며, 최근 산업공정과 교통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이를 해결하고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능형 교통시스템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부탄이 최우선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는 기술 중 하나이다.
비단 부탄만이 아니다. 2020년 이후 도래할 신기후체제에서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에도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여됨에 따라, 많은 개도국들이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기술과 재정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2015년 12월 유엔의 기후기술협력 국가창구(NDE)로 지정된 이래로 개도국들의 기술지원 요청에 부응하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후기술과 기업들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
먼저, 유엔의 개도국 기술지원 사업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유엔의 개도국 기술지원 사업은 회원기관으로 가입해야 참여가 가능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48개 산학연 기관이 회원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다.
또한 개도국 기술지원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기후기술현지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 참여 중인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업들은 기후기술 협력 프로젝트를 개도국 현지에서 직접 발굴하고 국내 기후기술이 개도국 현지에 적용될 수 있도록 기술실증 등을 추진한다.
그뿐만 아니라 과기정통부는 이렇게 추진된 기술협력 사업들이 국내외 다양한 기후재원들과 연계되어 확장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기후기술현지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부탄 팀푸시의 2개 버스노선에 버스정보시스템 실증시설을 구축했다. 향후 국내외 기후재원과 연계해 부탄 팀푸시 전역에 버스정보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지능형 교통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이 시스템이 부탄에 정착했을 때 인도 등 인접 국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중소기업 등 민간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될 것이며, 우리나라의 위상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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