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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성 | 강원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재난이 닥쳤을 땐,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다가도 위기가 수습되고 안정을 되찾으면 금방 또 잊어버린다. 1500만t 규모의 괴산댐이 홍수로 월류한 적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1999년 연천댐, 2002년 장현저수지와 동막저수지, 2007년 대사저수지와 춘정저수지 등의 붕괴 사례는 망양보뢰(亡羊補牢)의 전형을 보여 준다.
본격적인 장마철이다. 이제 얼마 후면 태풍 소식도 전해질 것이다. 1년에 서너 개 정도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며 한반도를 관통할 땐 하루 약 400∼500㎜의 강수를 동반한다는 통계 자료와 최근의 국지성 강우 패턴을 고려하면 올여름은 특히 저수시설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대만에 2009년 8월 태풍 모라꼿의 영향으로 3일간 3000㎜의 비가 내린 적이 있으며, 일본에도 2011년 7월 태풍 망온 내습 시 하루 1000㎜의 물 폭탄이 쏟아진 사실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만7000여개의 저수시설이 있다. 국토해양부 소관 31개의 다목적댐 및 용수전용 댐, 지식경제부 소관 21개의 수력발전용 댐, 농림수산식품부 소관 3333개의 저수지, 환경부 소관 39개의 상수원 저수시설, 자치단체 소관 1만4278개의 저수지 등으로 관리주체가 구분된다.
장마 시작 알리는 빗방울 ㅣ 출처:경향DB
이 중에서 상수원 저수시설로는 동복댐(전남 화순군)이 약 1억t 규모로 가장 크고, 덕동댐(경북 경주)은 3200만t, 회야댐(울산)과 회동댐(부산)은 약 2000만t, 대동댐(전남 목포)은 약 1000만t 등 대형 댐도 포함돼 있어 제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하류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이웃 나라의 사례와 같이 하루 1000㎜의 물 폭탄이 쏟아진다면 댐 설계 강우량을 고려할 때 견뎌낼 저수시설은 거의 없다.
지난 3월12~16일 13개 중앙행정기관 및 22개 공공기관에 대한 재난관리 평가가 있었다. 중앙정부 및 공공기관의 재난관리행정에 대한 평가를 통해 재난관리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소방방재청 주관으로 평가가 수행됐다. 이 평가에서 환경부의 상수원 댐 안전관리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상수원 댐의 기본적 제원조차 제시하지 못했으며, 이것이 자신들의 업무인지도 모르고 있다. 자치단체가 하는 일을 왜 자신들이 자료를 내놔야 하느냐는 등 자연재난 업무는 아예 뒷전이다.
상수원 저수시설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집중 점검이 시급하고 관리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환경부 이외의 부처들은 댐 관리주체가 명확하고 수직적 댐 관리체계가 갖춰져 있다. 그런데 환경부는 취수원의 수질관리에만 집중하고 상수원 댐의 안전문제는 자치단체 소관으로 치부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 및 자연재해대책법 제3조에 따르면 모든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와 자연재해 예방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책무가 있다. 환경부는 그동안 수질관리 문제에 전력을 다해 왔다. 이제부터는 소관 시설물에 대한 우기 사전 대비 안전점검 등 자연재해 대책 업무를 직접 챙겨야 한다. 비가 많은 시기이다. 작년 9월 우리는 대규모 정전 시 큰 위기를 경험했다. 이제는 집중호우 등 장마철 홍수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할지도 모른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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