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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훈 | 건축가

 

공원을 청소하는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고 투덜대는 말을 들으니, 그렇지 인간이란 쓰레기를 버리는 존재구나. 그것도 무엇이나 함부로 버리는 존재다. 유익함을 빙자하며 제멋대로 마구 쓰다가 무익하면 바로 버리는 것이 사람이더라.

새벽녘 공원 풍경, 밤새 웃고 떠들던 이들이 떠난 자리가 너저분하다. 자리를 뜨며 누구도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구나. 그들이 어떻게 놀았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공원에 공(公)자를 쓰는 이유는 널리, 여럿이 쓰는 장소이기 때문인데 대놓고 어지르는 경우는 공동시설을 시민의식이 실종된 공원(空園)으로 여긴 탓이다. 공원(公園)은 공원(共園)으로 공공(公共)의 장소다. 공중화장실에 붙어 있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표어는 참으로 절창이다.

 

그러고 보니 국민의 세금을 녹봉으로 받는 공석(公席)의 평가도 위와 같더라.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며 뒤가 썩고 구린 작태나, 얼굴도 모른다고 우기다가 뇌물 받은 것이 들통 나는 것이나 다 뒤를 보지 않고 쓰레기를 버린 꼴이다. 나라살림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그들이 지나온 뒤를 봐야 앞이 보인다. 떠난 자리가 머문 사람의 품격을 말하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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