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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인 경북 문명고가 홍역을 앓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5일째 교내 시위 중이다. 학생들이 다음 아고라에서 벌이고 있는 서명운동은 단 며칠 만에 목표치 1만명을 넘어섰다. 학교 재단과 교장이 일방적으로 연구학교 지정을 밀어붙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문명고 사태는 여론무시와 꼼수, 편법으로 얼룩진 국정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교장은 학교운영위원 다수가 반대하자 학부모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설득작업을 벌였다. 교사들에게는 찬성 서명을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은 교사는 보직해임했다. 학생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등교하지 못하도록 자율학습 폐지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보다 못한 학생들은 결국 항의시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연구학교 지정 문제를 떠나 재단과 교장의 일방적 학교 운영 자체만으로도 반교육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학교 구성원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학교 운영은 내실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는커녕 혼란과 분열만 낳을 뿐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20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에서 학생들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문명고의 독단적 결정 과정은 박근혜 정권 교육당국의 행태를 빼닮았다. 경북교육청은 문명고 교사 다수가 반대하자 연구학교 지정 요건 가운데 ‘교사 80% 동의’ 항목을 삭제했다. 교장이 일방적으로 연구학교 지정을 추진할 길을 터준 것이다. 교육부는 교사 승진 가산점과 연구지원비 1000만원 등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그럼에도 응하는 곳이 없자 마감 시한을 5일 더 연장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준식 부총리는 국정 역사교과서 선택권을 침해하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이 정권은 교육 문제에서도 채찍과 당근이란 비교육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는 것 같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술 분량이 세종대왕의 7배를 넘을 만큼 편향된 역사의식을 담고 있다. 오류도 수백개가 넘는다. 전국 5000여 중·고교 중 문명고 단 한 곳만 연구학교로 지정되는 초라한 결과는 자업자득이다. 어제는 고교생 92%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역사왜곡 가능성, 편향된 역사의식, 집권당 성향 편중 등이 반대 사유였다. 고교생들도 알고 있는 문제점을 정작 당국자들은 모른다니 한심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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