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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6일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곳곳에 화약고로 남아있던 철새도 모두 북상했고, 남은 위험요소는 텃새화한 철새나 가금농가·전통시장 등에 혹시라도 잔존하고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 정도이다. 하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동남아나 중국 등 주변국은 여전히 여러 형태의 AI가 발생하고 있으며, 사람과 조류의 감염과 사망을 초래하는 H7N9형 바이러스 감염이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이후 발생한 7차례의 AI 가운데 2014~2016년, 2016~2017년의 피해가 가장 컸다. 2014년 초에 발생한 AI는 상대적으로 병원성이 약한 H5N8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축산농가의 안이한 대응으로 인해 발생기간이 800일을 넘겼다. 2016년 11월 발생한 AI의 경우는 방역현장의 인력과 전문성 부족, 축산농가의 방역의식 해이까지 최악의 요인들이 겹쳐 초동방역에 실패하면서, 예방적 조치를 포함해 약 4000만마리에 이르는 가금류가 살처분되는 가혹한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겨울, 평창 동계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H5N6 바이러스가 발생해 방역당국과 축산업계가 모두 바짝 긴장했으나, 다행히도 22건의 발생만으로 종식되었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발생 농가 수와 살처분 피해가 적다는 것은 AI 방역 관리가 다시 본궤도로 들어온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첫째, 휴업보상제의 중간 형태로 겨울철에 오리농가의 입식 및 출하를 지자체에서 통제함으로써 철새가 오는 위험한 시기에 철새 도래지 인근의 오리사육 농장이 감소해 그만큼 AI 확산의 위험요인이 줄어들었다. 둘째,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기간과 맞물려 발생함으로써 다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일시적 이동통제(스탠드 스틸) 정책을 강력하고 과감하게 시행한 것이 발생 농장으로부터 지역 내 또는 지역 간 전파가 현저히 감소한 계기가 되었다. 많은 항의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방역 인식에 대한 축산업계의 경각심 고취와 다소 해이해져 있던 AI 방역인식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셋째, 육용 오리에 대한 출하 전 검사와 도축장 검사, 계열 주체에 대한 방역 부과 등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때보다 강력한 예방정책이 시행된 점도 훌륭한 성공요인이 되었다고 본다. 만약에 고창 오리농가의 최초 발생 건을 출하 전 검사에서 찾아내지 못했다면 그만큼 발생 인지가 늦었을 것이며, 그 기간 동안 AI가 확산된 후에 늑장 방역을 했을 것이다. 최초 발생 농가를 놓친 채 2차 또는 3차 발생 농장을 최초 발생 농장으로 지목해 초동방역을 했다면?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계열 주체에서는 한사코 반대하지만, 도축장 검사도 병목을 지키는 것과 같은 효율적인 예방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방역정책국 신설 또한 빠뜨릴 수 없는 성공요인이다. 성공을 이끈 인력과 이들의 경험은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이번의 방역 성공 요인이 현장에서 상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하우를 가진 고위 행정직이나 전문가 팀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보완함으로써 경험의 자원을 축적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재홍 |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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