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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에 대한 의전예우 기준지침’은 대장을 장관급(長官級)으로 본다. 따라서 대장 보직 8개와 국방장관을 더해 국방부에는 장관급 9명이 존재하는 셈이다. 2006년 9월2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윤광웅 국방장관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황규식 국방차관이 장관석에 앉았다. 이에 홍재형 의원이 국방부 서열 10위가 장관석에 앉는다고 비꼰 적이 있다. 이러한 기형은 군 지휘계통을 혼란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유사시 군대의 능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국방개혁 차원에서 정상적으로 환원시켜야 한다.

먼저 대장에 대한 과도한 예우 문제이다. 장관급(將官級) 장교의 지위는 1979년 12·12 쿠데타를 주도한 전두환 대통령에 의해 격상되었다. ‘국무총리 훈령’ 제157호로 1980년 7월29일 제정된 ‘군인에 대한 의전예우 기준지침’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준장은 1급, 소장과 중장은 각각 준차관과 차관, 대장은 장관 대우를 하도록 규정하는 등 2직급이 상향되어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무원 보수규정’과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등을 재구성해 보면, 대장은 장관급(長官級), 중장은 차관급, 소장은 1급, 준장은 2급에 상당한다.

다음으로 뒤틀린 국방부 내 서열 문제이다. 국방차관의 서열은 원래 장관에 이어 군 서열 2위로 합참의장보다 앞섰지만, 역시 12·12 사태 이후 신군부 시절 격하됐다. 1980년 6월18일 개정된 ‘군 예식령’(별표 제1호) 예우표에서 예포 발사 수를 보면 대통령 21발, 장관과 대장 19발, 차관과 중장 17발이다. 차관은 군에서 10번째 의전 순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정부 의전편람’도 여기에 근거해서 군내 의전서열을 장관→합참의장→육해공군 참모총장→대장→차관 순서로 정하고 있다.

대장에 대한 지나친 격상은 지휘계통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조직법 제7조 2항에 “차관 또는 차장은 그 기관의 장을 보좌하여 소관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며, 그 기관의 장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했다. 현실에서는 제공되는 차량과 부관 수에서 중장과 같은 대우를 받고, 국방부에서는 3성 장군보다 높고 4성 장군보다는 낮은 3.5별로 불린다. 장관 유고시 차관의 군령권과 군정권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유사시 작전에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국군조직법에 “차관이 장관의 직무를 대행한다”는 조항을 추가하여,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차관의 지위를 확고하게 해야 한다. 국무총리 훈령 제157호를 폐지하고, 군인도 정무직 공무원이 아닌 만큼 대장을 1급으로 삼아야 한다. ‘군 예식령’을 개정하여 대장의 예포 수를 차관 아래로 낮추고, 이에 따라 ‘정부 의전편람’에도 차관을 국방부의 제2인자로 못 박아야 한다. 대장을 비롯한 군인에 대한 예우는 사기 진작 차원에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군대의 목적인 승리에는 사기도 중요하지만 지휘체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재영 | 전 경남대 교수·군사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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