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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8월27일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면서 “선당후사의 마음 하나로 출마의 깃발을 들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영입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증거조작으로 구속된 다음날인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런 그가 불과 22일 만에 자숙을 끝내고 ‘당을 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뭘 내려놓고 무슨 책임을 지었는지 알 수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3일 여의도 당사에서 8·27 당대표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말마따나 국민의당은 당 존립에 치명상을 입었고 여론은 극도로 악화돼 있다. 당 지지율은 5개 정당 중에서 꼴찌인 4%대로 내려앉았다.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도 기약하기 어렵다. 이런 처지에서 국민의당 새 지도부를 뽑는 8월 전당대회는 당의 생존이 걸려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국민의당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을 이끌었던 지도자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새 정치를 기반으로 창당된 정당이 거꾸로 구태정치의 전형을 보여줬으니 그 책임은 전적으로 당과 후보가 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국민의당에서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 전 대표는 당을 구하기 이전에 자신의 조기 등판을 놓고 당이 들끓고 있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당내 의원 12명은 “책임정치의 실현과 당의 회생을 위해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당 원로들은 출마 강행 시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 정작 당은 두 동강 날 판이다. 한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도 했다.

안 전 대표가 정치권에 등장할 때 안철수식 새 정치는 크게 각광받았다. 구태에 신물이 난 시민에게 새 정치 구호는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이제는 흔적조차 희미하다. 그가 보여준 우유부단한 태도와 말바꾸기, 모호한 정체성 때문일 것이다. 정치는 대의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안 전 대표는 지금 나서야 할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기다리며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설 수 있도록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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