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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자유한국당은 지리멸렬 속에 계파 싸움만 계속하고 있다. 소속 의원 모두 책임을 공유하며 처절한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의원총회만 열렸다 하면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으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지난 12일 의총에선 친박계 의원들이 김성태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꺼내자, 김 원내대표가 친박계 의원들의 불미스러운 과거를 들춰내는 것으로 맞받아쳤다. 알량한 당권을 쥐겠다고 서로 “네가 나가라”며 죽기 살기로 진흙탕싸움을 벌이는 꼴이 목불인견의 끝을 보는 것 같다. 이런 당에 지난 9년간 나라를 맡겨놓았다고 생각하니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김성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그간 온갖 외부 인사들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퇴짜 맞은 끝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박찬종 변호사,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 전희경·김성원 의원 등 5명의 비대위원장 후보를 선정했다. 이 중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고 한들 뼈를 깎는 진정한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한국당 내에서도 별로 없을 것이다. 당 지도부는 16일 의총에서 최종 의견수렴을 한 뒤 17일 전국위에서 비대위를 발족시킬 계획이지만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또 한 번의 난장판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선거 참패 직후 한국당 의원들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무릎을 꿇는 ‘사죄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그 이후 한국당은 당사를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옮긴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을 느낀다면 가진 것을 다 내려놓고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행동으로 보여줘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혁신과 개혁은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무늬만 바꾼다고 한국당과 보수가 재건될 수는 없다. 그것을 모른다면 바보이고, 알고도 못한다면 폭삭 망하는 길밖에 다른 수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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