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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일 탄핵정국 때 국군 기무사령부가 위수령과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하고 세월호 유족을 사찰한 데 대해 독립수사단을 꾸려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인도 국빈방문 중 전날 밤 국내에 있는 청와대 참모진의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발표했다. 군 수사를 위해 독립수사단이 구성되는 것은 창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 등에 대한 독립수사단 구성을 촉구한 문재인 대통령 특별지시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문 대통령은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 군 검찰관들로 수사단을 구성하고 국방부 장관이 수사 지휘를 하지 않도록 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긴급지시 배경으로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었다. 이 사건을 보고받고도 수사할 사안이 아니라며 넉 달을 그냥 보낸 국방부의 개혁 의지를 의심한 것이다. 국방부와 군 상층부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고려해 독립적인 수사단의 설치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드러난 기무사의 행태는 문민통제의 원칙을 따르는 민주주의 체제의 군대 모습이 아니다. 우선 세계가 경탄해 마지않은 평화시위가 폭동으로 변질될 것으로 예상하고 계엄령 발동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 자체가 그렇다. 세월호 유족 등 민간인도 불법적으로 사찰했다. 시민의 군대를 자임하면서 뒤로는 군사독재 시절의 군대나 할 법한 일을 자행한 것이다. 명백한 반헌법 행위로 단죄가 불가피하다. 군은 그동안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거나, 안보 전문집단으로서의 능력을 믿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군은 자정 능력은 물론 개혁의 진정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거꾸로 시민을 옥죄려 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이런 문제와 관련된 군인사는 전·현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히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특히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령부 관계자들과 당시 군 수뇌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문건을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검토한 것일 뿐이라며 되레 문건 유출 과정의 불법성을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구세력은 또한 과거 방식대로 안보역량 약화나 이적 행위 운운하며 수사를 물타기하려는 시도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주의 토대 위에 서 있는 그 어떤 존재, 어떤 집단도 이런 비논리적 주장으로 군의 반헌법적, 반민주적 행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군이 진정 시민의 군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스스로 뼈를 깎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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