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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를 대비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현 출산장려정책은 한마디로 문제가 있다. 2000년 고령화사회로 돌입한 후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정부는 부랴부랴 출산장려책으로 돌아서 2006년부터 10년간 무려 102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출산율이 오르기는커녕 더욱 떨어져 합계출산율 세계 최저수준(2016년 1.17명)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국내 고령화 저출산 문제해결 난맥상은 바로 인구학적 정책 결여가 가져다준 단적인 사례이다. 한국인구학회는 2005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우리나라 적정 인구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당시 15세 미만과 65세 이상 비생산연령에 대한 부양비 등을 기준으로 할 때 4600만~5100만명을 적정인구로 추정했다. 또한 복지적 관점으로 4900만~4950만명, 쾌적성과 풍요성 등을 고려한 환경측면에선 4750만~5300만명인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 연구는 연구로 끝났다. 국가 정책에 이 같은 인구학적 연구를 거의 참고하지 않았다. 인구학회는 당시 “적정 인구규모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남북통일과 동북아시아 중심국가 시대에 대비해 북한을 포함, 한반도 전체의 적정인구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연구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은 물론 후속 조치마저 없었다.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그 파급효과가 산업현장은 말할 것 없고 교육과 경제·사회에서 국방과 정치에까지 크게 확대되어 갈 것이 분명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국가의 적정 인구문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시대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잣대로 고령화에 따른 미래의 적정 생산인구 수의 산출은 큰 의미가 없다. 수가 아니라 질이 중요해진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출산도 중요하지만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을 키워내야 한다. 출산장려에 앞서 이미 확보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고령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장려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다문화가족 구성원과 모든 소외계층 자녀가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인력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고령자 문제로 파생될 일자리는 ‘노노케어’로 풀어가는 정책 등 고령자 활용의 길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인구문제는 국가 백년대계와 직결되는 사항이고 인구학은 바로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분야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고령화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인구학적 접근을 통해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의 국토면적과 기후, 산업형태에서 지정학적인 문제 등을 포함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종합적이면서 현실적인 인구정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이광영 | 한국골든에이지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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