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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무인 편의점

opinionX 2017. 11. 8. 10:44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시애틀에 신개념 무인점포 ‘아마존 고’를 열었다. 오프라인 편의점인 아마존 고에서는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제품을 고르면 자동결제되기 때문이다. 집었다가 내려놓은 상품은 구매목록에서 자동 삭제된다. 아마존은 유통산업의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아마존 고를 열었다고 했지만 무인 편의점 확산 속도는 중국이 더 빠르다. ‘빙고박스’란 무인 편의점은 광저우에 1호점을 낸 이후 베이징·상하이 등 22개 지역에 158개의 점포를 오픈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음성인식 기술의 발달로 무인 경제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에 문을 연 무인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의 광고 영상에는 쇼핑할 때 줄서서 계산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점을 강조한 ‘단지 걸어 나가세요’ 문구가 나온다.

편의점은 무인 경제시대의 상징이라고 할 만하다. 편의점은 1927년 미국 텍사스주에 있던 제빙회사 ‘사우스랜드’가 처음 선보였다. 사우스랜드는 일반 소매점과 달리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상호명을 ‘세븐 일레븐’으로 정했다. 미국 전역에서 점포 수를 늘려가던 세븐 일레븐은 경영난으로 1991년 일본 기업에 매각됐다. 일본이 ‘편의점의 천국’이 된 것은 그때부터다. 일본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한국은 ‘편의점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전국 편의점 수는 4만개로 치킨집(3만여개)보다 많다. 인구 대비 편의점 수는 일본의 1.5배에 달한다. 퇴직자들의 희망도 ‘치킨집 주인’에서 ‘편의점 점주’로 바뀌었다고 한다. 생필품 구매는 물론 택배, 세탁, 금융서비스가 가능한 편의점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엔 독특한 콘셉트의 ‘음악이 흐르는 편의점’ ‘밥 짓는 편의점’ ‘책 읽는 편의점’까지 등장했다

편의점 하면 떠오르는 게 알바생이기도 하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유니폼을 입은 알바생을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한국에도 무인 편의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븐 일레븐이 지난 5월 잠실롯데월드타워에 무인 편의점을 연 데 이어 이마트24도 지난달 전국 4개 직영점에 무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무인 편의점은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급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바생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던 편의점이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큰 업종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무인 경제시대가 드리우게 될 어두운 그림자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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