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인천시 6개 광역버스업체가 적자를 이유로 오는 21일부터 19개 노선 259대의 운행을 중지하겠다고 하면서 광역버스 이용 시민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인천시내는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여 인천시가 버스업체의 적자 보전을 통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나, 시계 외를 운행하는 광역버스 노선은 행정구역을 넘어 운행하는 버스이기 때문에 적자 보전을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도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적자 축소를 위해 서울시 경계를 넘나드는 광역버스 노선 수를 2005년 26개에서 2015년 11개로 대폭 줄였다. 이런 광역교통 서비스 공급 문제가 경기도·인천과 서울시 간에는 특히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서울 사당역 광역버스 정류장에는 100m 이상 긴 대기줄이 형성된다. 20년 전에도, 지금도 똑같이 반복되는 현상이다. 뱀처럼 휘어진 줄을 따라 기다리는 시민들 사이를 걷다보면, 폭동이 안 일어나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베트남 하노이의 버스정류장에서 이용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버스 운영으로 인해 느꼈던 울분을 서울 한복판에서 똑같이 느낀다. 영하 20도의 한겨울에도 보도에 그대로 서서 오지 않는 광역버스를 기다렸던 서민들은 숨도 쉬기 힘든 한여름에도 무한정 기다리고 있다.

10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들이 세워져 있다. 광역버스업체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인천시에 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촉구하고자 버스들을 이곳에 가져왔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일을 하는 인천시민과 경기도민의 복지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서울시는 서울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인천시는 시 경계를 넘어 운행하는 버스이기 때문에, 경기도는 사당역이 경기도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수도권 출퇴근 서민들에게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행정구역은 무의미하며, 단지 지도위에 그어진 줄일 뿐이다. 이들에게 지자체 경계에 상관없이 광역생활권을 대상으로 한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 서비스가 즉시 공급되어야 한다.

광역교통 서비스 개선은 쉬워 보이지만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 및 민간 운수업체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30년 이상 고질적인 교통문제로 남아 있다. 이것을 효과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강력한 광역교통의 법적 권한과 집행력을 보유한 광역교통청이 신설되어야 한다. 광역교통청은 지방분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는 행정구역 내 교통 서비스 공급에 집중하고, 광역교통청은 지자체와 협력하여 광역지자체 경계를 넘는 교통 서비스 공급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대도시권 광역교통청 신설안’이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부처 간 갈등으로 인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법안이 계류되어 있다. 수도권 서민들은 광역교통청이 신설되어 광역버스 구역 및 노선입찰제 도입, 광역환승센터 건설, 광역버스 운행대수 증차, 광역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 등의 해결책이 신속하게 시행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광역교통 서비스 개선은 난개발이 아니라 복지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은 광역버스 서비스의 공공성이 인정되어 시내버스와 같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고 싶고, 사당역의 경기도민은 잠실환승센터와 같이 쾌적한 곳에서 광역버스를 기다릴 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들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무관심했으나, 이번 정부만큼은 도시 서민들의 땀과 눈물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모창환 | 한국교통연구원·광역 교통행정연구팀장>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