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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가전업체들의 각축장인 가전박람회(IFA) 2014가 막을 내렸다. 올해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스마트홈’이었다. 삼성은 ‘미래의 집을 현실로’라는 주제로 스마트홈을 제시했고, LG ‘홈챗’이라는 기술을 공개했다. 또한 가전시장의 전통적 강자였던 파나소닉과 밀레뿐만 아니라 여러 중국 업체들 또한 일제히 새로운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시했다. 이쯤 되면 스마트홈이라는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전 세계의 모든 가전업체들이 뛰어드는 상황으로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스마트홈에 대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고령자를 위한 스마트홈’이라는 주제로 지난 2년여를 넘게 연구하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스마트홈은 주거환경에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국민의 편익과 복지증진, 안전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간 중심적인 스마트 라이프 환경이라고 한다. ‘융합’, ‘인간 중심적’ 그리고 ‘스마트 라이프’가 주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융합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때 물리적 거주 공간인 집과 정보통신기술이 조화롭게 어울려 삶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집은 재산 형성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으며 주거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하다. 따라서 집의 자산 가치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변화에는 우리 사회가 매우 인색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제공되고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는 대부분 집의 가치가 높아 보이도록 하기 위한 신기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 집과 정보통신기술의 제대로 된 ‘융합’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건설업체들에 스마트홈이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광고 수단에 불과했으며, 실질적인 인간 중심적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인간’이 중심에 놓여 있지 않은 스마트홈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신기술로 무장한 이 거주공간을 낯설고 불편하게 느낄 뿐이었다.
세계 가전 전시회 CES 2014(4월)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스마트홈 서비스를 모델이 시연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스마트홈의 성공을 위해서는 서비스들이 진짜로 ‘스마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라이프를 파악해 인간 행동과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암묵적으로 서비스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제공되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들을 보면 고객에게 스마트하게 서비스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스마트하게 써주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즉 스마트홈 서비스에서 ‘스마트’가 매우 부족해 보인다.
국내 기업들과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스마트홈을 포함한 유시티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그 결과 어느덧 버스정류장에서 자연스럽게 예상 버스 대기시간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홈에서는 아직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앞서나간다고 했던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은 ‘IFA 2014’에서 보았듯이 전 세계의 기업들이 이제는 거의 대등하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다시 한번 ‘융합’, ‘인간 중심적’ 그리고 ‘스마트’에 대한 진지한 고민 속에서 고객 중심적으로 스마트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독일 밀레의 스마트홈 시작 동기가 고령자들의 스마트라이프의 변화라고 언급했듯이, 고객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그 최종적 승패가 결정될 것 같다.
지용구 | 연세대 교수·정보산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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