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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종주국은 한국이다. 책으로 보는 만화를 인터넷을 통해 PC와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창작환경과 소비형태는 실로 혁명적인 시도였으며, 이제 그러한 시장은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 웹툰이라는 연재형식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체제 이후 경험하게 된 만화산업계의 몰락이 새로운 생존본능을 자극하면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사례이다.      

신진작가의 등용문으로 존재해오던 만화잡지사의 분기별 신인만화가공모전이 사라지고 30여종에 육박하던 만화잡지사가 거의 폐간과 정간에 직면하면서 만화작가를 준비하던 수많은 신인작가들은 연재플랫폼을 찾지 못하게 된다. 결국 ‘순정만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디지털만화를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하며 많은 독자들을 입소문으로 불러 모으던 강풀 작가를 앞세워 포털에서 시작한 서비스가 웹툰으로 명명되면서 이제 온라인만화가 현실화된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한국의 웹툰은 현재 40여개의 전문플랫폼과 6900여종의 누적작품(1월 현재 연재 중인 작품수 4137종), 그리고 실시간 연재하는 5000여명의 작가그룹을 보유한 실로 강력한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재산권)의 보고로 원천 콘텐츠의 역량을 인정받게 되었다(본 글의 모든 웹툰 관련 통계는 웹툰전문 큐레이팅사이트 웹툰가이드 ‘www.webtoonguide.com’의 WAS ‘웹툰분석서비스’에서 인용).

2010년대 중반 이후 라인웹툰이 해외 SNS망을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해외작가들의 신인작가 참여붐이 한국웹툰의 글로벌화를 확대시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지방인 한 도서지역 20대 초반 작가가 라인웹툰에 새로운 작품을 업로드하고, 그의 작품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세계 전 지역에서 인기를 얻게 되면서 한국의 웹툰은 이제 작품으로서가 아닌 혁신적인 연재시스템으로 세계시장 신인작가의 꿈이 되고 있다. 특히 연재되는 방식이 갖는 개방성, 공정성, 신뢰성 등을 인정받으며, 작가들의 IP가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웹소설, 게임 등에 확장되는 성공사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성공적 콘텐츠 비즈니스 모형이 최근 불법복제의 상대적 피해로 위협받고 있다. 그 위협이 창작생태계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불법복제 웹사이트와 앱에 대해 지적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나, 이런 상황을 글로 제기할 때마다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시도가 되레 불법복제 플랫폼의 홍보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제기해야 하는 것은 독자들의 건실한 시민정신과 문화적 휴머니즘에 호소하기 위함이다. 현재 웹툰 불법복제 플랫폼의 선두를 기록하는 한 앱의 경우 국내 유수의 포털사이트 검색량을 초과한 지 오래되었고, 작품을 검색해서 무료로 보기 위해 찾는 독자들의 방문량은 1위 웹툰포털앱의 10배를 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피해액만 1조4500억원에 이르며, 올해 1월에만 2000억원의 피해액이 기록되었다. 현재 불법복제된 웹툰작품은 총 2663종(1월 현재)에 이르며, 피해 플랫폼은 37개사로 추적된다. 해외에 불법서버를 두고, 여러 가지 변칙적 인터넷망을 통해 국내 피해를 양산하고 있어서 국내 수사망의 압박을 피해다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월 말 현재 국내 웹툰시장의 성장률은 정체를 넘어 축소로 평가되기 시작했고, 플랫폼사마다 경영실적의 경고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상황이다. 강력한 수사와 처벌은 당연하나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소비자의 양심이다. 콘텐츠를 보는 독자들의 의식이 이러한 불법적인 콘텐츠 유통을 존재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는 누구나 불법복제된 웹툰앱을 찾아 무료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특히 성인용 웹툰콘텐츠의 경우 성인인증도 없이 공개되고 있어서 더 큰 사회적 문제다.

콘텐츠의 IP는 인간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사람 본연의 존재 자체를 IP는 의미한다. 국내 독자들이 웹툰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공정거래와 유료결제의 진정성을 확보해 줄 때 좋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국내시장이 지켜진다. 안타까운 현실이 극복되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매주 업로드 일자를 맞추기 위해 밤을 새우는 작가들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 만화애니메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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