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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현관문을 열면 찬 바닥에 누워있던 신문과 한기가 함께 집 안으로 밀려들어 오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밤새 먼 길을 달려와 누군가의 손에 일찌감치 배달된 32장의 종이는 그보다 몇 시간 전에 현장의 기자가 송고한 글을 데스크에서 게이트키핑한 후 회의를 거쳐 활자로, 잉크로 몸을 바꿔 집 안 거실에 이른 것이다.

따지고보면 커피 몇 잔 값에도 못 미치는 한 달 구독료는 가치반영의 비정상이라 할 수도 있겠다. 1990년대만 해도 열 집 중 일곱 집에서 보던 신문 구독자는 이제 두 집 정도밖에 안된다. 어렵더라도 ‘신문은 봐야 한다!’는 어른들은 이제 뒷방으로 물러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젊은 세대는 종이보다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창이 더 가깝다. 읽기보다는 보기, 손으로 종이를 넘기기보다 화면 브라우징이 편하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신문을 읽힐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신문의 미래는 후속세대로 가장 취약한 목표 공중인 대학생에게 달려 있다. 반면 대학생의 미래는 신문에 있다. 세상을 살아갈 정보와 지식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이 둘의 만남의 필요성에서 출발한 신문읽기는 매학기 전공수업 강의계획서에 빠지지 않는 부교재로 자리 잡았다. 광고홍보 전공교수지만 학생들에게는 신문읽기 전도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2학기 한국언론진흥재단 ‘대학생 신문읽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신문을 활용한 수업은 신문읽기의 동기와 기회가 부족한 수강생들에게 매우 적절한 도움이 되었다.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에 개설된 광고카피실습 수업에서 ‘신문으로 배우는 설득적 글쓰기 전략’ 강의가 진행된 것이다. 15주 동안 제공된 신문을 스스로 읽고 시사상식을 비롯한 키워드를 매일 정리해 나가면서 수업과 관련된 글쓰기 훈련을 과제로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신문사 논설위원과 기자 출신 교수, 현업의 언론학 박사를 강사로 초빙해 신문읽기와 쓰기, 활용방안에 대한 특강도 진행했다.

비록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젊은 학생들은 가장 오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을 읽은 기간이었다. 의무적인 읽기였지만 ‘신문을 읽으면서 사회의 흐름과 시사상식이 풍부해졌다’는 반응과 ‘신문 보는 재미와 요령을 알게 되었다’ 등 신문이 갖는 콘텐츠의 가치와 장점을 일깨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신문은 평생의 친구’라는 점을 일깨워준 것은 이번 과제의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한다.

언론인 정상희씨가 목원대에서 신문읽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신문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실제로 신문의 발행부수와 구독자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 특화이론에 따르면 미디어는 나름의 역할을 찾아 자리매김한다.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뉴미디어 또는 가장 강력한 미디어였던 신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이 미디어 전반이 어려운 요즘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 신문을 권한다.

일본과 같이 별도의 기간을 정하거나 프랑스처럼 권장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단순히 기념만 하는 ‘신문의 날’이 아니라 365일 신문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예컨대 국회에서도 ‘문자활자의 날’을 정하거나 정부가 일정 부분 재정을 투입해 대학생들에게 신문을 무료로 제공하면 어떨까. 특정 신문에 대한 호불호가 있으므로 구독을 위한 바우처를 주고 스스로 원하는 신문을 선택하게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 측면에서 읽고 쓸 수 있는 능력, 즉 문식성(literacy)은 창조의 기본이다. 생활 속에서 인문학을 가장 쉽게 만나는 방법도 신문읽기다. 비판적인 읽기와 창의적 쓰기는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토대가 된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읽는 청년이 국가의 미래다. 신문읽기 즐거움의 기회를 더 많은 청년들에게 제공할 의무는 국가와 기성세대의 몫이다.


이희복 | 한국광고PR실학회 회장·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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