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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본격 조사한다고 발표했을 때 일반인들은 적어도 주무부처로서 기본적인 직무는 수행할 줄 알았다.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6명 중 14명이 대한항공 출신으로, 이 중 일부가 조사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최소한의 공정성은 유지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위해 거짓말과 부실조사를 거듭함으로써 “국토부는 재벌 비호 집단”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자초했다.

우선 국토부는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할 때 박 사무장에게 “조 전 부사장의 폭언·폭행이 없었다고 진술하라”고 협박한 대한항공 여모 상무를 동석시켰다. 기업의 문제를 증언하는 내부고발자를 해당 회사의 임원과 함께 조사하는 상식 이하의 짓을 저지른 것이다. 그래놓고도 국토부 관계자는 “임원들은 밖에 있었다”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국토부는 또 “대한항공이 승객 명단과 연락처를 보내주지 않아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e메일로 명단을 넘겨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뿐이 아니다. 국토부는 처음부터 “항공기가 이륙 전 탑승 지점으로 되돌아간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파장을 줄이는 데만 골몰했다. 대한항공 측이 박 사무장에게 “조사관들이 우리 회사 출신이라 (조사는) 회사 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큰소리를 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비호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8일 새벽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서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_ 연합뉴스


부실조사와 거짓말에 비난 여론이 폭발하자 그제야 국토부는 자체감사에 나서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이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보여주기식’의 자체감사 대신 항공사와의 유착 개연성이 높은 항공안전감독관들을 인사조치하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검찰은 회사 측의 조직적 증거인멸을 방조한 국토부 조사관들을 철저히 수사해 위법행위가 드러나는 대로 엄정하게 사법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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