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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어제 박관천 경정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서류 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면서 정씨 관련 허위 문건을 만들어 유출한 혐의다. 그는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문건 유출자를 색출해달라”는 허위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무고죄도 뒤집어썼다. 이번 사건은 박 경정의 1인 자작극으로 마무리됐다. 경찰 한 명이 국정농단의 주범이라는 수사 결과를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검찰 수사는 박 경정 영장을 계기로 완연한 파장 분위기다. 사건의 본질인 비선 실세그룹의 국정개입 의혹은 일찌감치 ‘근거없음’으로 결론났다. ‘십상시 회동’ 자체가 없었다는 게 그 근거다. 문건 유출도 박 경정의 단독범행이라고 한다. 설사 박 경정 소행이라 치더라도 ‘일개 경찰관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오죽했으면 수사팀도 “황당하다”고 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한 문건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규정한 검찰의 잣대도 일반상식으로는 어색하다. “누가 불장난을 했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큰소리쳤던 정씨의 말을 되짚어보면 이번 수사결과는 마치 꿰맞추기라도 한 듯 절묘하다.

정윤회씨 국정개입에 관한 청와대 내부 문건의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박관천 경정이 4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검찰 수사로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의혹만 키운 꼴이다. 박 경정의 석연찮은 범행 동기는 물론이고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도 풀린 게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의 좌천성 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씨 딸을 둘러싼 문화부의 표적 감사에 이어 박 대통령이 해당 국·과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는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의 증언도 있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둘러싼 국정농단 의혹은 그간 제기된 것만 해도 차고 넘친다. 청와대가 문건 유출 관련자를 회유하고 ‘7인회’라는 딱지를 붙여 검찰수사를 몰아붙인 경위도 의혹투성이다.

정치적 사건을 떠안은 검찰의 고민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일개 경찰관의 불장난이라는 수사 결과는 아무리 곱씹어봐도 참 허망하다. ‘몸통’ ‘깃털’ 운운하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다.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의 치부 그대로다. 결국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는 게 ‘정치검찰’을 바로잡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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