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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려고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으면 담배 피는 어른들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숨을 참고 뛰어가요. 냄새가 너무 심해서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거든요.”(2017 전국 아동 통학로 흡연 실태조사 참여 아동 인터뷰 중)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2017년 전국 200곳의 통학로 현장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통학로 중 196개 현장에서 담배꽁초나 담뱃갑이 발견되었다. 인터뷰한 아동 418명 모두 통학로에서 흡연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바탕으로 어린이재단은 통학로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라고 촉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그 결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어린이집 및 유치원 시설 경계선 10m까지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 거리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숨쉬기에는 턱없이 짧다. 2017년 통학로 현장조사 당시, 경남지역에서도 아이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통학로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되었다. 심지어 교문 바로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흡연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담배연기가 싫어 숨을 참고 뛰어간다는 아동, 담뱃불로 인해 화상을 입은 아동도 있었고, 담배는 싫지만 그 맛이 어떻길래 어른들이 저렇게 담배를 피울까 생각한다는 아동의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남지역의 아동 통학로는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 50m까지 지역인 절대정화구역만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이에 경남아동옹호센터는 아이들과 함께 문제를 알리고 어린이보호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도록 ‘경상남도 금연 환경 조성 및 지원 등에 관한 조례’ 개정을 촉구했다. 도의회에 어린이보호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촉구하는 의견서를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2018년 지방선거 때는 후보자들을 직접 찾아갔다. 또한 아이들이 직접 그린 금연구역 표지판을 학교 근처에 설치해 여기서는 담배를 피우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4일, 이옥선 도의원의 대표발의로 경남지역의 어린이보호구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오는 31일은 세계 금연의날이다. 뒤늦게라도 아이들이 간접흡연으로부터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한 보호제도가 마련되어 다행이다. 아직 어린이보호구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자체들이 있는데 조속히 대책을 강구하여 아이들을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아이들의 간절한 요청으로 이뤄낸 조례 개정이니만큼 어른들은 실천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아동이 있는 곳, 그곳이 금연구역입니다’라는 슬로건이 행복한 삶을 위한 아이들의 권리와 맞닿길 바란다.

<박문호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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