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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이타적 인간

opinionX 2014. 11. 13. 21:00

케냐를 여행하고 돌아온 여교사가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가톨릭 주교가 사제에게 서아프리카 방문을 금지하고 어기면 징계하겠다고 엄명했다. 최근 미국에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케냐는 에볼라 발병 보고도 없고 주요 발생국인 서아프리카와도 3000㎞ 이상 떨어져 있다. 아무리 에볼라가 무섭다지만 과학적 사실과 무관하게 교사를 학교에서 사실상 몰아내고 종교마저도 도움을 주어야 할 곳에 되레 주홍글씨를 새길 정도로 인간은 이기적일까.

지난달 23일 미국 네 번째이자 뉴욕시 첫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로 확인됐던 크레이그 스펜서 컬럼비아의대 응급의학과 의사(33)는 국제 민간의료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 회원이다. 그는 에볼라에 감염된 기니에서 5주간 의료활동을 벌이기 전에도 의료적 위기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등지를 수없이 찾아 도움을 준 헌신적인 의사였다고 한다. 지난 11일 그는 19일간의 격리치료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사지에서 기사회생한 그가 퇴원하자마자 “다시 서아프리카로 건너가 에볼라 환자 치료를 돕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분명 이타적 행동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슨 (출처 : 경향DB)


인간이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 이전에도 있었을 법하고 지금도 뜨겁게 진행되는 논쟁이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리처드 도킨스의 유명한 저작 제목처럼 ‘이기적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이며 인간을 비롯한 생물은 그 생존기계라는 도킨스의 주장이 요즘은 더 대중적일 듯하다.

이기적 유전자론에 따르면 인간이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이기적 선택이다. 물론 <협력하는 유전자>를 쓴 독일 신경생물학자 요아힘 바우어처럼 다르게 보는 이도 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경쟁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협력, 창의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물학의 기본원칙에 가장 적합한 개체였기 때문이라는 그의 주장에 더 이끌린다. 미국의 ‘피어볼라’(에볼라 공포) 현상과 ‘에볼라 영웅’의 서아프리카행 선언을 접하면서 인간 본성의 양면을 다시 생각해본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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