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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 기록인 1.05명으로, 사고사 등을 감안하여 현재 인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인 2.1명에 비하면 정확히 반토막이다. 이러한 시점에 정부가 2022년까지 1조원 이상을 들여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운영계획’을 발표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이 계획의 중요 내용은 학교와 지역 돌봄시설 이용가능 인원을 현재 33만명에서 53만명으로 늘리고, 돌봄 대상 역시 초등 저학년에서 전체 학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돌봄 시간도 오후 5시에서 7시로 2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단순히 출산율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2040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아이돌보미사업, 임금삭감 없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유급출산휴가 확대 등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정부는 맞벌이 부부의 돌봄 수요만 46만~64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그 밖에 세심한 보살핌을 제공받지 못하는 ‘방임아동’이 10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 계획이 충실히 실현된다고 해도 많은 수의 아동이 여전히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돌봄의 질’이다. 정부 계획은 돌봄 대상 확대, 서비스 시간 연장 등 주로 양적인 대책에 치우쳐 있고, 돌봄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대책은 소홀하다. 양적인 대책뿐만 아니라 질적인 향상 방안을 병행해서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의 안심과 아이의 동심을 담은 돌봄교실이 운영되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신학기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직장여성 1만5841명이 퇴사했다. 엄마 손이 가장 필요한 영유아기의 위기를 어렵게 헤쳐나온 워킹맘은 결국 자녀의 입학 전후에 최대 위기를 맞아 7년간 고민했던 사표를 던진 것이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부모의 노동시간에 맞추어 아이들의 보육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에서, 아이들의 보육시간에 맞춰 부모의 노동시간을 조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돌봄정책은 부모에게 안심을 주는 현실적인 보육서비스 실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또한 아이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지겨워서 가기 싫다”는 아이들이 있는 돌봄교실은 ‘사육’이지 ‘돌봄’이 아니다. 긴 시간 머무는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따뜻한 보살핌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돌봄교실의 양적 확대, 질적 향상뿐만 아니라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여 운영을 내실화해야 한다. 예컨대 지도강사의 신분보장, 친환경 저녁급식, 늦은 시간의 안전귀가, 아침 돌봄교실 운영, 아픈 아동의 간호활동, 인력 증원 문제 등을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족해체, 탈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돌봄교실은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해서 키우는 것보다 부모가 역할과 책임을 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어 가족화를 촉진시켜야 한다. 설령 모든 아이들이 온종일 돌봄교실에서 생활하고, 부모들은 자녀 걱정 없이 직장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고, 부모는 마음 편할 수 있을까? 가족의 의미는 무엇이고, 직장과 학교에서 각각 하루를 보내는 부모와 아이들은 어떤 정을 교감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각 학교와 지역, 직장마다 틈새시간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안심과 동심을 담은 돌봄교실이 활발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정종민 성균관대 교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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