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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따귀소리가 더해진 동영상이 반복 재생되며 아나운서의 흥분된 음성이 화면을 꽉 채운다. ‘양진호의 갑질’. 며칠째 뉴스를 장식하는 헤드라인이다. 퇴사한 직원을 무릎 꿇려 풀스윙 뺨을 때리고 현직 교수를 린치해 폭행하고 얼굴에 침을 뱉고 구두를 핥게 했다고 한다. 거기에 산 닭을 활로 쏴 죽이게 하고 일본도로 닭 목을 쳐 죽이기도 했단다. 이런 사람이 국내 웹하드 업계 1·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이며 탑승형 직립보행 로봇을 개발해 자칭 우리나라 로봇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한국미래기술 회장이라니!

순간 몇 달 전 한바탕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영상이 겹쳐진다. 또 몇 달간 검찰 조사 운운하며 시끌시끌하다 조용해지면 슬그머니 ‘무혐의’ 또는 벌금 몇 푼에 집행유예라는 결말을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국내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위디스크의 전 직원 얼굴을 손으로 내리치고 있다. 뉴스타파 영상 캡처

시각을 바꿔보자.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은 그저 일가의 단순 일탈행위였던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의 갑질은 대한항공이라는 거대기업의 든든한 백그라운드하에 이뤄졌다. 즉, 그들의 갑질은 대한항공 구성원이라는 든든한 공범의 암묵적 지원하에 가능했다. 양진호 갑질의 본질도 같다. 양진호라는 희대의 인물과 그가 소유한 기업 구성원들이라는 공범들이 있었기에 그의 갑질의 힘은 더욱 세진 것이다. 최초 폭로된 동영상이 2015년 4월의 일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3년도 넘었다. 당시 동영상을 촬영한 자나 동영상 속 많은 직원들도 그 폭행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들은 한 인격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여태껏 침묵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본질 중 하나는 그가 운영했던 업체가 불법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로 ‘저작권 없는 불법음란물’ 유통을 통해 돈을 벌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 있는 불법촬영물이나 리벤지포르노를 유통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론 그 때문에 유출된 불법촬영물이나 리벤지포르노를 없애 달라는 사람들에게 사이버장의사 업체를 운영하며 돈을 벌었다고 하니 병 주고 약 주고 어르고 뺨 때려 돈을 챙긴 것이다. 한마디로 남의 불행을 팔아 돈을 번 범죄집단이나 다름없다. 저런 자들이 세운 기업에 들어간 몇몇 청년들은 IT 기업 입사라고 기뻐했을 테고, 이들을 보고 많은 청소년들은 미래 로봇산업에 관심을 가졌을 것을 생각하니 분노를 넘어 걱정이 앞선다.

양진호는 법에 따라 심판을 받아야 한다. 또한 검·경은 이번 기회에 온갖 불법의 온상인 웹하드 업체를 철저히 수사해 불법을 차단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와 함께했던 직원들에게 부탁한다.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양진호의 악행을 낱낱이 증언해주길 바란다. 범죄인 줄 알면서도 방관하며 모른 체하는 것도 암묵적 폭행이다. 어쩌면 집단으로 방관하며 저지르는 암묵적 폭행이 직접적 폭행보다 피해자에겐 더 절망적이고 치명적일 수 있다.

<전병호 | 생각공작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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