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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이른 더위에 공원 분수대는 물장구 치는 아이들로 떠들썩하고, 해수욕장은 벌써 시원한 바닷바람을 찾아 나선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런 풍경들을 보면 답답한 도심의 일상을 훌훌 털고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떠나볼까’ 하는 즐거운 고민을 시작하는 때가 왔음을 느끼게 된다.

요즘은 계절이나 시기에 상관없이 휴가를 즐기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고된 일상의 짐을 잠시 벗어던지고 휴식과 재충전을 하는 시간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여름휴가가 연상된다. 짧게는 1~2개월 전부터, 길게는 연초부터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니 말이다. 그렇다면 여름휴가에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은 무엇일까?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의 71.5%가 선호하는 여가활동으로 ‘여행’을 선택했다. 산으로 또는 바다로 시간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최상의 선택을 하고 싶은 것이 모두의 마음이다.

최근의 여행 트렌드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꾼다’는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처럼 유명 관광지 중심의 획일적 단체여행을 벗어나 개인과 가족 단위의 체험·휴식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역의 거리, 마을, 시장 등 일상 생활공간의 소소한 경험을 중시하고 가치 지향적인 여행소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농촌으로의 여행’이다. 그동안 농촌은 주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곳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세대가 늘고 있는 요즘에는 도시와는 다른 이색적인 힐링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농촌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매일 먹는 쌀을 생산하는 벼가 논에서 익어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아스팔트 대신 흙을 밟으며 수박과 토마토를 수확하고 직접 치즈와 된장 등을 만드는 잊지 못할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을 보는 기쁨은 농촌만이 선사할 수 있다. 외지에서 온 손님에게 작은 것이라도 대접하려는 후덕한 인심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농협은 농촌으로의 휴가를 장려하고 농촌여행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시민들이 농가에서 숙식하면서 농사, 생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전국 290여개 팜스테이 마을에는 지난해 230만명이 방문했다. 그리고 2012년부터 주부, 학생 등으로 구성된 도농협동 체험단을 운영해 농촌에서의 힐링과 함께 농업·농촌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또한 2014년부터 코레일과 함께 운영 중인 ‘농촌으로 가는 행복열차’는 올해도 50여개의 알찬 여행 코스를 준비해 도시민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농촌을 찾는 이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농촌 풍경을 보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농촌의 진정한 멋을 느낄 수 있도록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이 부쩍 강조되고 있다. 워라밸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것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가까운 곳에서 찾는 것이 좋다. 올해는 남들이 하니까 따라가는 해외여행보다는 자연이 선물해 준 천연(天然)의 쉼터인 우리 농촌에서 워라밸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병원 |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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