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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미래가 성큼 다가왔다. 전쟁과 국지적 휴전, 정전협정, 그러나 끝나지 않는 무장 상태. 전쟁 무기 개발·실험·훈련, 2018년 남한 국방비 43조2000억원, 미국 무기 수입국 중 세계 1위. 과거 65년 동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세대를 이어 일상을 지배했다. 남북 지도자가 서명한 ‘4·27 판문점선언’은 그래서, 기적이었다. 선언문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연내 종전 선언’을 담고 있다.
한반도의 모습은 급속히 변할 것이다. 남북의 핫라인이 개통되고 개성에 설치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민간교류와 협력이 분주히 논의된다. 민족공동 행사가 열리고 남북한 단일팀이 국제경기에 출전한다. 이산가족이 다시 상봉한다.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가 연결된다. 남북경제협력의 길이 열린다. 비무장지대 일원은 ‘평화지대’, 서해 북방한계선은 ‘평화수역’으로 관리된다.
남북경제협력의 밑그림은 작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보면 대략 알 수 있다. 동해권은 에너지·자원벨트, 서해안은 산업·물류·교통벨트, 비무장지대는 관광벨트로 구축된다. 남북한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는 거대한 동북아 경제벨트가 열린다. 기술 이전과 투자 붐이 일고 경제성장률이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우려스럽다. 자칫 잘못하면, 문명과 생태계, 이중의 위기를 초래한 ‘탄소 자본주의’가 그대로 북한에 유입될 것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본다. 과연 ‘남한의 현재가 북한의 미래일까’. 경제벨트 구상에 앞서, 남북협력의 원칙으로 생태와 평화공동체를 상상할 수는 없을까.
지금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한반도 신환경지도’를 그릴 때다. 경제적 번영(Prosperity)과 한반도 평화(Peace)는 한반도 생태축 보전(Protection)을 전제로 한 ‘3P 원칙’으로 도모되어야 한다. 유엔이 1987년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밝힌 대로,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담에서 서명한 대로, 2015년 글로벌 공동 추진 목표로 채택한 대로 ‘지속 가능성’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경제성장과 개발은 미래세대뿐 아니라 현세대의 미래도 보장하지 않는다. 석탄 화력과 핵 몰입, 국립공원 난개발, 4대강사업의 비극, 극심한 미세먼지와 기후대응 실패. 지속 가능하지 않은 무질서와 환경갈등이 한반도의 미래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환경협력의 구체적인 과제는 뭘까. 비핵화와 군축은 한반도 평화를 이끌 것이다. 남북은 ‘핵무기 금지 협약’에 공동 가입하고, 비무장지대 일원과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생태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다. 황폐한 북한 산림을 복원하고 남북 백두대간 보전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안전하고 깨끗하며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관점으로 재생에너지 협력을 이끌 수 있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 남북경제협력에서 예측되는 대기오염을 예방할 수 있다. 남북환경협력은 ‘사전예방의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통일부와 경제계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보란 듯이 완성했을 것이다. 경제개발은 폭풍처럼 몰아칠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겪어온 ‘난개발 대한민국’은 극복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경제지도에 대응할 한반도 신환경지도 마스터플랜이 무엇보다 지금, 절실히 요구된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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