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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24일 검찰의 ‘양승태 사법농단’ 관련 자료 제출 요청과 관련해 “검찰이 보낸 공문을 검토해 제출할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검찰이 자료를 요청했는데도 대법원이 계속 침묵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검찰이 요구한 자료에는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특조단)이 조사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8개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과 관용차량 이용내역, 특조단이 자체 조사 과정에서 생산한 문건 등도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입장에서 임의제출이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는 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 5일 대법원 철문 틈새로 청사 건물이 보인다. 김영민 기자

법원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검찰이 달라는 자료를 모두 건넸다가 법원의 독립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할 법도 하다. 그러나 헌정 사상 초유의 사법농단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선 비상한 조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미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믿음은 금이 간 상태다. 자료 제출을 미루거나 최소한의 자료만 내준다고 법원과 법관의 독립이 지켜질 리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수사가 진행될 경우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이 약속대로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자료 제공에 협조하는 게 옳다.

검찰도 고발인 조사를 모두 마치고, 법원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는 대로 실체적 진실 규명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사법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 오래가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이다. 다만 수사 목적을 넘어 과잉수사로 흐르는 일이 있어선 곤란하다. 하드디스크 자료의 경우 수사범위를 벗어난 내용은 빼낼 수 없도록 법원 측이 참관하는 가운데 복사하겠다고 했는데,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법원과 검찰 모두 사법농단 수사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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