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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함정에 빠진다. 그래서 편협한 시각으로 대상을 관찰하고 결정하는 실수를 범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북한 관련 전시회를 가보면 우리의 1970~1980년대 분위기로 전시장을 조성한 걸 볼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북한에 대한 편견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북한 하면 떠올리는 것이 1990년 중반 고난의 행군 때 모습에 멈춰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중국 20~30대 사이에서 북한의 한 여성 가이드가 관심을 받고 있다. ‘纪片我去看世界’(다큐멘터리 세계를 가다: 세계 일주를 하며 여행하는 콘셉트의 채널)라는 채널을 운영하며 유튜브는 물론 중국의 유명 동영상 플랫폼인 웨이보, 유쿠, 아이치이에 업로드된 중국인 여행팀의 영상에 출연하는 여성이다. ‘김주미’라는 이름의 이 여성 가이드는 단아한 외모뿐만 아니라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프로다운 업무능력과 인품을 보유해 많은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계획에 없던 시즌 3편이 나오는가 하면 팬클럽까지 형성되어 있을 정도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그녀와 관련된 게시물도 수두룩하다. 

영상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석탑이라는 주체사상탑, 김책공업종합대학 과학자들의 주거공간을 위해 조성된 미래과학자거리, 작년 4월 개장한 현대식 건축물인 대성백화점 등 외국인의 필수 관광 코스 안내는 물론 북한 스마트폰 기능 소개, 신발 공장 견학, 북한의 학제 안내 등 다양한 콘텐츠로 미지의 국가로 불리는 북한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정치적으로 문제될 만한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촬영이 금지되었기에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찍은 영상에서 보이는 북한 사람들의 언행과 옷차림 그리고 마천루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북한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국제 제재 국면에도 북한 경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증가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을 관광하는 중국인을 200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 중국인 관광객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관광은 물론 투자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수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전해지고 있다. 2019년 현재 중국 청년들은 김주미 가이드를 통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들이 걷히게 되면서 우호적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정권 이후 대외 경제정책이 전환되면서 외국인 안심 투자 환경을 조성한 요인과 북한에 대한 중국 내 긍정적인 영향이 확산됨에 따라 북·중관계가 다시 전통적인 혈맹 관계로 회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아직도 꽃제비와 아사자가 넘치던 1990년대 중반 빈민국 북한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통일의 당위성에 의문을 갖는 청년들이 늘고 있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혁신적 남북 경협 모델을 내놓아도 한낱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비난과 조소를 퍼붓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뿐이다. 교류가 많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싱가포르와 홍콩을 롤모델로 삼고 싶어 하는 북한이 아직도 우리와 손을 잡아줄 것이라 착각하며 통일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 우리 안에 있는 북한에 대한 편견으로 냉소적 태도로 남북 문제를 바라보다가는 통일로 가는 시계는 영원히 멈춰 설 것임을 이제는 인지해야 한다.

<금초롱 |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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