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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와 타이거 우즈. 두 인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는 학창시절 농구선수로 뛰며 학업과 공부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다. 우즈는 ‘골프 황제’라고 불리며 천부적 재능을 발휘한 선수이지만 대학시절 학업을 따라갈 수가 없어 중도 포기했다.

최근 초·중·고교 최저학력제, 대학의 C0 이하 학점 출전금지가 학원 스포츠계의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이미 2012년 발효된 학교체육진흥법이 최저학력제를 명시하면서 학생선수의 학습권 유지를 강력하게 시행토록 했다. 2015년 1월에는 대학선수 가운데 학점이 C0 이하인 선수의 출전을 제한한다는 규정을 널리 공지했다.

하지만 각급 학교, 지도자, 학부모들은 경기성적에만 매달리는 관행에 얽매여 학습권 박탈 이후에 올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선 관심 밖이었다. 이들은 체육특기자로 대학 진학을 하면 일반 학생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시험 답안지에 ‘죄송합니다. 운동부입니다’라고 써야 하는 심적 고충, 그리고 졸업 이후 몇몇 우수선수 이외에는 인생 진로가 암울하다는 문제에 대해선 무관심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었다. ‘운동선수들은 머리가 나쁘다’라는 오명은 분명 학습권을 박탈당한 데에서 비롯된 것인데 운동에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사회적 냉대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었다.

최저학력제와 C0룰. 학생선수들에게 학습권을 되찾아주자는 이 제도는 오바마와 같은 미래의 스포츠 및 국가 리더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타이거 우즈 같은 최고의 스포츠 스타를 만들어 가자는 목표에 첫발을 내딛는 최소한의 선수 보호 제도이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이 제도 시행 이전에 몇 년간 92개 회원 대학 총장들이 참여하는 논쟁과 논의를 거쳤고,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규정을 제정하고도 2년여 동안 사전 예고와 홍보, 교육을 줄기차게 해왔다. 시행 이후에도 리그 대회 이외의 방학 중 단일성 대회에는 한시적으로 참가를 허용하고 있다. 핵심 취지는 학습권 보장과 경기력 향상을 통해 모든 학생선수들이 스포츠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국가에 기여하는 사회 각 분야 지도자로 활동하게 하자는 데 있다. 공부 못하는 학생선수들을 희생양으로 삼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당장은 그동안 관행에 얽매여 새로운 변화가 불편할 수도 있다. 우리 아이만 억울하게 희생당한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장보다는 긴 안목으로 제자, 자녀들이 학습권과 운동권을 통해 미래 진로를 스스로 잘 찾아가도록 따뜻한 애정으로 보살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앞으로의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학습권 보장이 어려운 종목, 수업 결손에 대한 대체방법, 학내 훈련시설 부족, 밀도 있는 훈련을 위한 과학화, 주말리그의 편익성 제고, 지도자의 처우 개선을 통한 열의도 배가, 유소년 선수 육성을 위한 보급체계 개선 등 파생되는 문제점들은 정부부처, 체육회, 종목단체, 학교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이제라도 어른들은 우리의 스포츠 교육이 절름발이였다는 것을 깊이 반성하고 학습권 보장과 경기력 향상을 위한 각종 개선안을 강제가 아닌 보호라는 의식을 가지고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미래 우리의 학생선수들이 운동선수였다는 자부심으로 국가의 주춧돌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한종우 |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학사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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