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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스포츠 경제학자인 영국의 스테판 지만스키와 미국의 앤드루 짐벌리스트는 <왜? 세계는 축구에 열광하고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나>라는 책에서 축구와 야구의 역사와 발전 배경, 축구가 유럽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이유, 그리고 유독 야구가 미국에서 그토록 열성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실제로 야구는 미국의 인기 있는 스포츠 중 가장 독자적이고 미국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스포츠다.

일찍이 명실상부한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 박찬호 선수가 진출해 매우 인상적인 활약상을 보여준 바 있으며 현재 추신수·류현진·박병호를 비롯한 여러 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활동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승환·김현수 선수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에 속하지만 좋은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만 8명이라니 가히 놀라운 결과다. 나는 이런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야구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됐다. 역시 한국의 야구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고, 특히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시범경기에 3만여명의 많은 관중이 몰렸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다만, 한국 야구에 대해 알아갈수록 ‘보는 야구’에 대한 열기에 비해 인프라 부족으로 ‘하는 야구’에 대한 열정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박찬호를 비롯, 많은 야구 선수 혹은 전문가들이 한국 야구 인프라를 발전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실제로 들여다봐도 녹록지 않은 한국 야구 인프라를 알고 난 후 메이저리그 선수로 뛰고 있는 8명의 선수들이 새삼 더 경이롭게 다가왔다.

한국 야구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야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아마추어를 포함해 한국에 야구팀이 1만개가 넘는데 경기장은 14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학교 운동장, 공원 등은 야구를 하기에는 턱없이 좁거나 위험하며, 대부분의 야외 야구장은 도심이 아닌 외곽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한국과 이웃인 일본만 해도 마을 전용 구장이 존재하는 등 야구에 대한 인프라가 제법 갖춰져 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부족한 인프라지만 한정된 공간에 야구를 위한 장소를 마련하는 미션을 풀기 위해 노력하던 중, 한국에 불고 있는 ‘스크린 야구’ 열풍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실제 야구장처럼 크지 않은 공간에서도 가상현실(VR)이라는 최신 기술을 접목해 공간의 구애 없이 야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스크린 야구 업계에서는 첨단 기술인 인공지능(AI)을 접목하고 미국, 일본 등 다양한 리그의 팀과 경기를 해 볼 수 있는 게임 모드를 지원하는 등 다양하고 새로운 야구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당장 야구장을 증축하는 것이 힘들다면, 스크린 야구와 같이 한정된 공간에서도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 개발이 단기적으로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야구를 하고 싶은 아이들이 마음놓고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유소년 야구팀을 확대하고, 원정팀을 위한 라커룸이 없는 프로야구 경기장 시설을 개선하는 등 야구와 관련된 전반적인 인프라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조지 브렛 | 전 캔자스시티 로열스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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