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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우리 사회를 장식한 화두는 단연 ‘안전(安全)’이 아닐까?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참사, 4월16일 304명의 꽃 같은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8명이 화염으로 죽어간 5월 경기 고양터미널 공사장 화재 참사, 22명의 목숨을 삼킨 장성 요양원 화재와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10월 경기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참사 등등. 2014년 억울한 국민들의 장례 행렬은 계속되었다.

올해는 성수대교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당시 연이어 터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이후 ‘감리제도’ 등 여러 가지 안전장치 제도들이 도입됐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은 ‘산재 공화국’의 오명을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 언론사 설문조사에서 “안전사고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극도의 위험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도처의 산업현장에 도사리고 있는 재해, 잦은 원전 사고, 교체주기를 이미 초과한 고속철도, 노후된 국가 산업단지 시설과 위험의 외주화, 썩고 있는 4대강 재앙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위험요소들이 국민들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

몇 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 기업이 건설 중인 수빅만 대형 조선소 건설노동자들을 만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들은 한국 하면 “빨리빨리”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했다.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국내 최대규모로 지난 10월 개장한 서울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수중터널 구군에 누수가 발생해 보수작업이 진행중이다. 9일 소방대원들이 안전점검을 위해 아쿠아리움으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쯤 되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매년 산업재해, 교통재해, 화재 등 각종 재해로 인해 무려 32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2010년 기준)하고 있다. 이 중 10%만 줄여 ‘국민복지’에 투자한다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텐데…” 섣부른 기대를 해본다.

정부가 또다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경기부양책으로 들고나왔다. 정규직에 대한 특혜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비정규직이 더 많이 양산되면 될수록 산업재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본의 무한한 탐욕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에게 힘이 있어야 한다.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건으로 봤듯이 이제 대한민국은 사업장 안전 문제가 시민 안전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9만1824명이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10명 중 8명은 비정규직이거나, 하청노동자들이었다. 위험의 외주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은 위험사회 그 자체인 것이다.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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