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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제22조에 따르면 시·도의원을 뽑을 때 자치 시·구·군에 최소한 1명의 시·도의원은 배정해야 한다. 인구가 극히 적은 지역이라도 최소한의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면 시·도의원 선거구 간의 인구편차는 4대 1의 범위에서 인정되어왔다. 다만 이 기준은 지난 6월28일 새로운 헌법재판소 결정(2014헌마189)에 의하여 선거구 간의 인구 편차 기준이 최대 3대 1로 더욱 엄격하게 제시되었다. 이 때문에 2022년 지방선거에서 시·도의원 선거구 개편의 주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새로운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와 효과를 분석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흔히 언론에서 즐겨 쓰는 표현으로 ‘단독’의 느낌이 온다. 지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이뤄진 시·도의원 선거구 가운데 기존 4대 1 기준을 중대하고 명백하게 위반한 지역이 있다. 인천광역시와 경상북도가 그 주인공이다. 

대표적으로 인구가 적은 도서지역인 옹진군과 울릉군이 소재한 까닭이다. 경상북도 울릉군의 인구는 1만명이 조금 넘는다. 말하자면 경북의 도의원 선거구는 최대 인구 4만명을 넘어설 수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경북 도의원 선거구 중 4만명을 넘는 경우는 54개 지역구 중 30개가 넘는다. 인천광역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천 옹진군의 인구는 2만1000명이 조금 넘지만, 인천에서 8만4000명을 넘는 시의원 선거구도 절반이 넘는다. 인천광역시와 경상북도 시·도의원 선거를 위헌이라고 볼 만한 충분한 이유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위헌적인 선거구 획정이 용인되어 왔을까? 예전 통계자료 확보가 여의치는 않지만 제7회 지방선거뿐 아니라 제5회와 제6회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짐작해본다. 도대체 국회, 행정안전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무엇을 한 것일까?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일단 진상규명은 언론계의 몫으로 남겨두고,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공직선거법 제22조에서는 시·도의원 정수에 관한 원칙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원칙들을 준수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최대 인구편차 4대 1이라는 기준까지 충족할 방법이 경북과 인천에서는 애당초 불가능했다. 따라서 국회가 했어야 할 일은 공직선거법 제22조 자체를 뜯어고치는 일이었는데, 올 초에 국회가 한 일은 공직선거법 제26조에 있는 선거구 획정 작업만 부랴부랴 한 것이다.

국회와 행정안전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렇게 일을 그르치고 있는 동안 권력감시 역할을 다했어야 할 시민사회는 무엇을 했던가? 필자 역시 깊은 반성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가장 주요한 원인은 선거구 획정 과정이 국회의 밀실협상으로 이뤄져온 관행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와 정부는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지도 않고 있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시·도의원 정수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2조뿐 아니라 선거구 획정에 관한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전반적인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어차피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새로운 기준에 의하여 공직선거법 개정은 불가피해졌다. 표의 등가성 및 비례성을 증진하면서도, 지역 대표성을 적절하게 보장하기 위한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 

더구나 농촌지역의 인구감소 경향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땜질식 처방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새로운 결정으로 인하여 경기도 연천군·경상남도 의령군·전라북도 장수군 등도 더 이상 1명의 시·도의원을 배출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론의 장이 필요한 셈이지만 국회와 정부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여러 가지 대안은 있겠지만 더 이상 국회와 정부가 선거법 논의를 독점하지 말고, 지역과 시민사회가 이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 지방선거는 부디 제대로 준비하자.

<김준우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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