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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전 체계 정비 및 구축에 계기가 되었던 세월호 사고 발생 후 재난안전사고의 컨트롤타워였던 안전행정부는 안전 업무를 분리하여 국민안전처가 신설되고, 세월호 구조 작업 실패의 책임 기관으로 지목된 해양경찰청이 국민안전처에 통합되는 등 국민안전 실현을 위한 여러 대책들이 쏟아졌다. 진상규명, 피해구제, 선체조사 등 세 차례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세월호가 인양된 후 각 대선캠프는 앞다투어 국민안전에 관한 공약을 내놓았다.
각 캠프의 공약을 보면서 여전히 안전이라는 문제를 정치적·조직적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국민안전 문제는 정치적 논리와 이해관계를 떠나 기존의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보고 미래 지향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재난사고 예방의 첫 수순이자 핵심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사고원인조사로 기술적 원인, 관리적 원인, 제도 및 사회적 원인을 찾고 개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사고원인조사 없이는 적절한 예방책을 마련할 수 없다. 해외 안전선진국에서는 사고조사에 관한 조직 및 역할 정의가 명확한 데 비해 국내의 경우 대형 재난사고가 날 때마다 특별조사위원회를 특별법으로 구성하여 미봉책으로 대응하는 실정이다.
대형 재난 발생 시 정부합동원인조사단을 구성하도록 되어 있으나 현장접근, 전문성, 권한과 책임 등의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가동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 전문성을 겸비한 체계적, 통합적 사고조사 기구인 가칭 ‘국가사고조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정부와 민간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논의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실제 국내 사고조사의 현실에 관해 바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과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안전사고 조사 및 원인조사단에 참여한 경험을 통해 보고 느낀 문제점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재난안전사고 발생 시 주관 부처 외에 대비, 대응, 복구 등을 위해 다수의 기관이 관련되어 있다. 이를 통합 운영하기 위해 국민안전처가 총괄 기능을 가지고 각 부처에서 협업 담당관이 파견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 역할이 불분명하고 1년마다 교환 파견됨으로써 통합 운영은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둘째, 사고조사는 직접적인 물리적 원인 외에 관리적, 규제적 요인 등 폭넓은 조사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나 현재 재난사고 발생 시 제일 먼저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 국과수 등의 사고조사 기관은 재난사고 외에도 범죄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사고를 담당하고 있기에 폭넓은 분석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셋째, 경찰 및 국과수의 사고조사는 형사적 책임자 처벌을 전제로 하기에 재난 담당 관련 기관에 결과를 피드백하여 공유하는 것이 불가하다. 따라서 관련 부처는 다시금 조사를 진행하게 되고 결국 한 사고에 대해 부처마다 다른 원인이 제시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이로 인해 국내 사고조사 시스템은 체계를 잡지 못한 채 이 시간에도 유사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안전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예방의 제일 기초가 되는 사고조사가 포괄적인 범위에서 모든 부처를 아울러 수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국가사고조사위원회가 국무총리 산하의 상설기구로 설립되어야 한다. 재난사고 발생 시 상설기구인 국가사고조사위원회에 모든 사고조사 권한을 위임하고, 조사 결과는 예방 외에 형사 및 민사상 책임을 묻는 데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통합성과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다. 설립 논의 초기부터 행정 전문가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 사고조사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국내 현실에 맞는 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안전인의 한 사람으로서 새 정부가 출범한 초기에 이 사회를 안전사회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김의수 한국교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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