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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어제 문재인 정부의 조세개혁 방향을 내놨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해 대기업,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되 중산·서민층에 대한 세제지원은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자·대기업 감세정책으로 상위계층의 소득은 더 늘어나고 하위계층은 더 나빠지는 등 분배구조가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방향 설정은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세개혁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들여다보면 핵심과제는 결정을 미루고 회피해 자칫 용두사미가 되는 것은 아닌지 개운치 않다. 김진표 위원장은 “정부가 급하게 출범하다 보니 조세개혁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올해는 큰 폭의 세법 개정 없이 최소한의 개혁만으로 마무리할까 한다”고 말했다. 기획위는 당장 필요한 재원에 대해서는 재정지출 구조조정, 투자 우선순위 재조정, 최근의 세입 호조 및 성장에 따른 세수증가분,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 탈루소득 과세강화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다 효과도 없는 재정개혁만 붙잡고 씨름했던 것을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법인세, 부동산 보유세, 수송용 에너지세제 등 민감한 부분은 하반기에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검토한 뒤 내년에 로드맵과 추진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마련하겠다는 것도 미덥지 못하다. 세제개혁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민감한 부분에 대한 최소한의 철학과 원칙도 제시하지 않은 채 특별위에 일임하고, 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룬 것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 같은 의심을 자아낸다. 그렇지 않아도 김동연 부총리는 근로소득세 감면자 축소는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공공일자리 81만개, 기초연금 인상·아동수당 신설 등 문 대통령의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매년 35조원 안팎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는 대대적인 조세개혁 없이 마련할 수 없다. 조세의 원칙이 공평 과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보수정권에서 감세조치됐던 법인세와 보유세는 되돌리고, 소득이 있으면 세부담을 한다는 원칙으로 근로소득 최저한세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추가적 부담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한다. 망설일 까닭이 없다.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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