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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해 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지난해 말부터 약 3개월에 걸쳐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과정에서 정부와 사용자단체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음모’를 드러냈고, 3개월로 못박은 초단기간 동안에 기준과 원칙이 없는 사회적 대화 운영으로 인해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협상 결렬의 원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 정부와 사용자단체는 노동계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들고나왔다. 협상이 열리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획재정부 장관, 노동부 장관은 해고는 쉽게, 임금은 깎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등 일방적으로 소위 ‘패’를 먼저 들고나왔고, 사용자단체는 그들의 숙원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보수 성향의 다수 공익위원들 역시 친사용자 논리로 노동계를 압박하면서 노동계 대 정부와 사용자, 공익위원의 1 대 3 구도가 돼버렸다.

둘째, 3월 말까지로 정한 짧은 논의 일정은 광범위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의제를 다루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제기한 통상임금, 노동시간 단축, 정년 등 현안 중심의 의제 외에도 경제민주화, 조세개혁, 노동기본권 보장 확대, 보육·교육·주거·의료 등 사회공공성 강화 등 문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와 사용자단체, 공익위원들은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결정적 아젠다에 대해서 논의를 미루거나 거부했다. 결국 ‘3월 말까지’라는 데드라인에 맞춰 시간에 쫓기듯 논의를 종료한 후 합의 결론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셋째, 사회적 대화는 결론 못지않게 공론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협상에서 제기된 쟁점 의제들을 국민들이 알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적 공감대가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를 주관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는 협상을 비공개로 이끌어갔고, 노사정 각 주체의 배석자조차 협상장 출입을 제한했다. 심지어 밀실에서 4인 대표자회의를 진행했고, 대표자회의·간사연석회의 등 주요 회의체는 회의록조차 만들지 않으면서 사회적 대화 운영의 폐쇄성, 비민주성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회의 결과에 대한 노사정 주체 간 확인 절차 및 공유 과정 부재, 노사정위의 주관적이고 독단적인 회의 결과 해석과 이에 대한 일방적인 언론 플레이로 혼선을 초래했다.

이뿐만 아니라 협상 말미로 가면서 정부는 유리한 정치적 여론 지형을 활용해 노동계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17억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를 낭비해가며 대중매체를 통해 유통시킨 장그래 광고, 공안당국의 노동계 인사 수사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 결과 노사정 협상은 의제를 정하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개시한 지 106일 만인 지난 8일 최종적으로 결렬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노사정 대타협 결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추진방향에 대한 정부의 입장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한국노총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맞서 협상과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협상을 통해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비정규직 확산 등 5대 불가사항을 대내외적으로 이슈화시켜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상반기 내로 관련 가이드라인 배포와 노동법 개악을 일방 추진할 것이다. 협상 결렬로 끝난 것이 아니라 더 큰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한국노총은 현장교섭과 투쟁, 사회연대운동을 통해서 ‘청년, 비정규직의 권리 쟁취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 청년의 양질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 철폐, 노동악법 저지 투쟁’을 현장과 함께, 국민과 함께 전개해나갈 것이다.


정문주 |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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