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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여당이 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시행령의 발효를 2년 연기하자고 정부에 요구한 것이다. 자유주의자이자 사회계약론자인 존 로크가 1689년에 말한 ‘송아지의 비유’가 문득 떠올랐다. 그는 어떠한 종교일지라도 정부가 종교를 억압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이 비유를 말했다.

“멜리보에우스라는 사람이 자신의 송아지를 집에서 죽여 자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불로 태우는 것은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왜냐하면 그 일로 다른 사람에게 해나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유로 종교적인 모임에서도 자신의 송아지를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어쩌다가 희귀한 전염병이 돌아서 급격히 줄어든 소의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당분간 가축들을 도살하는 것이 완전히 금지되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때 통치자는 국민들이 송아지를 죽이는 것을, 그 목적이 어디에 있든지 금지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도살 금지법이 종교적인 탄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공익을 고려한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만들어진 것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법이 적용되는 것은 그것이 종교적 희생물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며 종교적 희생물로 말미암아 송아지를 도살하는 사실 때문이라는 것이다.

종교인에 대해 과세하려는 것을 일부에서는 탄압으로 생각하고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종교인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은 탄압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라는 정치적인 목적인 것임을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로크가 위의 비유를 말하면서 극력 반대한 것은 종교에 대한 간섭이었으며 공익을 위한 정부의 간섭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오늘날 종교인의 과세를 두고 종교탄압이라고 말하는 것을 그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존 로크의 이상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그곳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로 이민을 가야 했던 후예들이 살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1791년에 발효된 미국의 수정 헌법 제1조는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자유로운 종교 행위를 막는 법률의 제정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 미국에서조차 목사들에 대한 과세는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국세청의 417장 ‘성직자의 소득’에는 그 정의가 잘 나와 있다.

“당신이 목회사역을 담당하는 교역자라면 피고용인이든 자영인이든 상관없이 월급과 헌금, 그리고 당신이 결혼식 주례, 세례, 장례 등의 수행으로 받는 수당 등 모든 소득은 소득세의 과세대상이다”라고 적혀 있다. 고용되었느냐 아니냐는 교회가 성직자에 대해 어느 정도의 통제와 관리수단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공무원사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마당에 종교계의 여론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여당의 정치적 부담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당위성을 생각한다면 정부는 계획한 대로 과세의 원칙을 적절하게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수많은 종교인들이 급여도 제대로 못 받고, 월세도 내기 어려운 실정은 감안되어야 한다.

천주교는 1994년부터 세금을 내고 있고 불교계는 수용의사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개신교에서도 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도덕수준이 점차 상승하는 것은 놀랍지만 종교탄압을 말하는 것에는 아쉬움이 든다. 송아지 도살금지가 모든 이웃들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면 예배당과 법당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김상범 세종사이버대 교수·한국공공정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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