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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발 개헌안이 발표되었다. 개헌안에 담긴 내용 중 지방분권의 경우 지난 대선 때 주요 후보들이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을 만큼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그런 까닭에 이번에 발의된 개헌안이든, 향후의 국회안이든 지방분권의 기본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분권과 관련해서 개헌안이 현행 헌법과 실질적으로 차이나는 점은 지방정부가 향유하는 자치조직권, 자치행정권,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등을 강화하거나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비록 헌법이나 나랏일에 밝지 않더라도 어딘가에 예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돈 문제로부터의 자유라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방분권강화에서 핵심은 재정 문제다. 다시 말해 자치재정권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개헌안은 이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 전에 현재 자치재정의 민낯을 잠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가 직면한 재정 문제 중 단골메뉴로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낮은 재정자립도이다(2016년 55.8%). 그간 이 문제를 풀 방안의 하나로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낮은 지방세 비중(23.7%)을 높이자는 의견이 줄곧 제기되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이를 받아 40%까지 확대하는 것을 공약으로 채택한 바 있다. 지방세 비중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세는 손대지 않고 지방세만을 늘리는 것과 세금총액은 유지하면서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하는 것 따위를 생각해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국세 중 어느 정도를 지방세로 이양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세의 이양은 크든 작든 지방정부 간 재정격차를 더 벌리기 마련이다. 이는 세원이 풍족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의 차이, 또 줄어든 국세비중에 따라 재정격차를 줄이는 데(재정조정제도)에 쓸 돈도 덩달아 쪼그라드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런 까닭에 지방정부가 스스로 세원을 발굴할 수 있도록 과세자주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현행 헌법의 해석상 지방의회가 제정한 조례에 따라 독자적인 지방세 관련 세목을 창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개헌안은 이른바 지방세조례주의를 헌법에 들여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지방세의 종목과 세율 등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헌법에 지방세조례주의를 새기더라도 지방정부 간 재정격차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독자적인 세원 발굴 역시 마찬가지로 각 지방정부가 처한 경제적 여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 탓이다.

개헌안이 자치재정과 관련해서 현재의 헌법에 비해 개선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헌법을 고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소되지는 않는다. 2016년 기준으로 지방세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면 중앙정부 입장에서 지방교부세 전액과 국고보조금의 32%를 합친 금액이 줄어든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재정조정을 위해 형편이 넉넉한 지방정부로부터 수입의 일부를 다시 받아내야 한다. 재정조정제도를 개헌안에 들였지만 이미 현재 여러 법률에 터잡아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그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처음부터 중앙정부가 나눠주는 식이라면 앞으로는 줬다 일부를 거둬가는 식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왜 우리 세금을 빼앗아 가냐’는 불만은 어떻게든 나올 수밖에 없을 터다.

나아가 세금을 높이거나 낮추어 나라 전체로 볼 때 세금의 공평성을 훼손하는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 전시성 사업 등 불요불급한 사업에 예산을 편성하여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행정행위를 통제할 재정통제의 법적 수단이나 지방정부의 파산에 관한 법제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아직 출범도 못한 조세재정개혁특위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산하 재정분권TF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체계적인 개편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지방분권강화에서 개헌은 험난한 긴 노정에서 단지 시작일 뿐 알파이자 오메가일 순 없다.

<김현동 | 배재대 교수·조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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