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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 선고와 관련해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공주를 마녀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정치”라며 “재판에서 가장 가슴 섬뜩하게 느낀 사람은 지금 관저에 있는 대통령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서다. 앞서 홍 대표는 1심 선고 직후에는 “돈 1원 받지 않고 친한 지인에게 국정 조언 부탁하고 도와준 죄로 파면되고 징역 24년 가는 세상이다. 자기들은 어떻게 국정 수행하는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홍 대표의 돌출적 언행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국정농단 주범에 대한 사법부의 심판을 비웃고 모욕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장본인이다.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基亂·잘라야 할 것을 자르지 못하면 재앙이 온다)’이라는 고사를 인용해가며 제명 처분을 밀어붙였다. “한국당이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국정농단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출당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던 홍 대표가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오자마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중형 선고를 ‘마녀사냥’에 비유했다. 그렇다면 출당을 주도한 자신도 마녀사냥에 동참했다는 건가.

홍 대표의 행태는 누가 봐도 정략적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보수 결집용 카드’로 쓰려는 계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태극기집회’에 나가는 극소수 친박세력 외에 ‘박근혜 카드’로 결집될 보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상식적·합리적 보수세력이 한국당에 바라는 건 ‘박근혜 감싸기’가 아니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자성하는 일이다. 정부·여당의 실책만 기다리지 말고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막말과 색깔론 같은 구태에서 벗어나 ‘미래형 보수’로 거듭나는 일이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가 나온 날, 한국당의 공식 논평은 짧았다. ‘판결은 예견된 것이었고, 재판 생중계는 개탄스러운 일이며, 이 순간을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게 요지였다. 홍 대표를 위시한 한국당의 무원칙·비논리·유체이탈이 한국 정치를 끝없이 오염시키고 있다. 한국당은 최소한의 자정능력부터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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