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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해 온 국민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1978년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로, 피해가 가장 많았다.

잇따른 자연재해를 통해 진일보한 긴급재난문자 시스템과 지상파 재난방송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다. 한국어 재난방송은 한국어 능력이 취약한 외국인들에게 무용지물이었다. 거주 외국인이 174만명을 넘어 주민등록인구의 3.4%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을 위한 재난 알림 서비스는 취약했다.

여기서 케이블TV의 대응을 눈여겨볼 만하다.

지진 발생 당시 한 케이블TV(SO) 지역채널은 외국인을 위해 실시간 영어자막을 송출해 재난정보에 목말라 있던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덜었다. SNS 라이브방송에 외국인들의 댓글이 달리자 이들을 위한 지원전략을 신속히 수립하고 비상체제로 전환해 대응한 것이다.

같은 방송사는 경북 북부지역에 자연재해가 났을 때도 지상파TV와 다른 대응을 보였다. 지역주민들은 골프공만 한 우박을 보며 안전과 재산에 큰 위협을 느꼈지만, 지상파 방송에서는 재난상황과 피해 정도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해당 지역의 케이블TV 채널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촘촘하고 세밀한 실시간 정보를 전달했고, 피해 농가의 농작물 수확과 판매를 돕기도 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에서 소위 ‘뉴스거리’가 되려면 대중 대다수가 필요로 할 만한 보편성을 지녀야 하는데, 일부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재난은 보도가 되지 않거나 단신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재해의 국지적 성격과 거주 국민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을 넘은 내로캐스팅(Narrowcasting)의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앙집중적인 방송을 통해 획일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은 나름의 효용이 있지만, 재난이 발생했을 때와 같이 긴급하고 중요한 상황에선 메시지 전달의 공백이 없도록 지역과 계층에 적합한 전달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 특화한 지역밀착형 보도가 가능한 케이블TV 지역채널은 지상파 방송이 집중적으로 조명하기 어려운 국지적 재난상황을 전달하는 데 매우 적합한 매체다. 축적된 지역사회 인프라를 통해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위기상황 시 즉각 재난체제로 전환해 24시간 생중계가 가능하다.

상황에 걸맞은 지역별, 계층별 맞춤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용이하다. 지역채널이 재난방송 특화 매체로서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로컬리즘(Localism)이 필요하다. 우리 땅에 거주하는 인종과 민족이 다양해진 만큼 지역 곳곳의 문화와 소식도 풍부해졌고, 그만큼의 차별화된 콘텐츠도 필요하다.

외국인과 지역민들을 위한 재난정보 서비스는 기본권을 넘은 생존권의 문제이다. 자연재해는 신의 영역이라지만, 그것에 대처하는 능력은 인간의 몫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쳇바퀴를 벗어나 보다 앞선 준비로 재난 대응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할 때이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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