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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고독하다. 고독은 빈곤, 질병, 역할상실과 함께 노인의 4대 고통 가운데 하나다. 생애주기로 보자. 인간은 홀로 태어나 청소년 시절을 거쳐 성인이 돼 가정을 이룬다. 그리고 자녀를 낳고 출가시킨 뒤 다시 혼자가 된다.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면 필연적으로 혼자 삶을 마감해야 한다. 한국의 노인인구 수는 680만명에 이르며 독거노인은 해마다 급증한다. 2014년 115만명 수준이었던 것이 2015년에는 120만명으로 늘었고, 올해엔 130만명을 훌쩍 넘었다. 고독사와 관련 있는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1년 682명에서 2015년에는 1245명으로 늘었다. 저소득 독거노인에게 집중됐던 고독사는 최근 1인 가구가 늘면서 중·장년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스크루지 영감이 착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참을 수 없는 고독 때문이었다. 홀로 버려졌다는 자각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부족함과 부러울 것이 없는 환경에서 변화의 욕구가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달 말 독일 베를린에 사는 한 독거노인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곳을 찾는다”는 쪽지를 슈퍼마켓 광고판에 붙였다. 이것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오자 많은 사람들이 초대장을 보냈다. 그는 아내와 사별한 뒤 외롭게 생활했는데, 크리스마스만큼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한다. 몇 해 전에는 한 노인이 크리스마스 때 고향을 찾지 않는 자녀들이 보고 싶어 자신의 사망부고를 내는 내용의 광고가 방영됐다. 놀라서 찾아온 자녀들에게 아버지는 “이러지 않았다면 내가 너희들을 모두 집으로 불러 모을 수 있겠니”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런 광고에 대해 논란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은 이 광고를 보면서 자신이 현행범이라고 느꼈다”고 현지 언론은 평가했다. 시민들에게 “직장이나 친구·취미를 나이 든 가족보다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나”라고 자문하게 했다는 것이다.

사람은 가족과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호받으며 성장한다. 인간에게 격리는 곧 불안의 출발이다. 그래서 ‘고독을 악마의 놀이터’라거나 ‘천국에서조차 혼자 사는 것은 힘들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노인들에게 손을 내미는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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