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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치권에서 모병제와 징병제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필자는 병역제도 전환보다는 병사들의 현실적인 처우개선과 병역의무 수행에 따르는 상대적 박탈감 해소가 우선이라고 본다.

첫째, 병사급여 등 시대에 뒤떨어지는 처우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현역 병사 봉급은 20만원도 안되고, 예전의 면세 혜택도 거의 다 사라졌다. 사회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하던 젊은 병사들에게 턱없이 미흡한 보급품으로 군 생활에 만족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처사이다. 흡연이라도 하는 병사는 봉급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은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용돈을 보내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다. 부모는 부모대로 군에 보낸 아들에게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심적 고통에 더해 경제적 어려움까지 뒤따르는 것이다.

둘째, 예비군에 대한 처우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예비군을 약 300만명 유지하고 있으며, 유사시 현역과 똑같이 운영된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생업을 중단하고 교육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왕복 버스비와 식비 정도에 불과하다.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법률에 따라 지역예비군 운영에 필요한 육성지원금을 일부 지원받고는 있지만, 이것도 우선순위에 밀려 사실상 구걸하다시피 하고 있다. 안보위협이 상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1000억원 조금 넘는 예산으로 300만명의 예비군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지급되고 있는 교통비와 식비 외에 추가로 각 개인에게 훈련보상비 차원에서 최소한 1일 근로자 최저임금 수준이라도 지급해야 한다. 제대 후 변화된 신체치수에 맞게 전투피복 추가보급 등 예비군의 사기 진작책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져야 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없애야 한다. 군대를 갔다 오는 사람이 바보가 되고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군대라면 결코 전쟁에서 이길 수 없고 존재가치도 없는 조직이다. 병역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국적도 포기하는 등 온갖 편법이 동원되고,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고위직까지 진출하는 상황에서 우리 병사와 그들의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희생과 애국심을 요구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국방개혁은 군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안보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정부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있어야 한다. 국가안보는 정치인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 논리에 휩쓸리면 안되는 대상이며, 국민 모두가 지켜야 하는 과제이다. 국가 방위를 위해서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하지만 그것이 형평성을 벗어난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만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동안 우리는 숫자에 치우진 유형전력만 신경 쓰느라 무형전력에는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기성세대는 지금 우리 병사들에게 과거의 군대를 얘기할 것이 아니라 시대가 급변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맞게끔 현실적인 처우개선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진재춘 | 예비역 중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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