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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플라스틱 의자, 싸지만 맛있는 국수, 차가운 하노이 맥주.”

2016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당시 현지 서민식당에 동행했던 스타셰프 고(故) 앤서니 보데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소탈한 행보에 베트남 국민들은 열광했다. 식사가 대중과 소통하는 좋은 수단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실제로 식사는 문화권별로 다양한 사회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예로부터 식사 자리는 어린아이에게 ‘밥상머리 예절’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었고, 어르신께 식사를 했는지 여쭤보는 것은 공경심의 표현이었다.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돌봄과 소통의 매개체로 기능했던 것이다. 

어르신과 어린이를 배려하는 우리의 문화는 식생활과 관련한 트렌드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1인 가구 증가, 여성의 활발한 사회활동 참여 등으로 외식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급식은 어린이집에서부터 학교를 거쳐 직장과 노인시설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식생활 패턴을 반영해 식약처는 급식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1년부터 ‘어린이 급식관리 지원센터’를 통해 영양사가 없는 어린이집·유치원 등에 대한 급식관리 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어린이 급식의 영양과 위생을 개선하고, 우리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그동안의 경험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어르신의 급식까지 꼼꼼히 챙기고자 한다. 이미 2017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에게 어르신 급식에 대한 세심한 관리는 시급한 과제이다. 특히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요양시설이나 보호시설 등에서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 고령으로 인해 씹고 삼키는 기능이 떨어지거나 각종 만성질환의 가능성으로 인해 요구되는 영양적 특성이 다양하지만, 단체급식의 성격상 집밥처럼 개인 식습관을 고려한 식사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우선 소규모 요양시설 등의 입소 어르신을 대상으로 급식관리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7월부터 서울, 인천 등 전국 7개 지자체에서 급식관리 시범서비스를 진행한다. 어르신 건강 특성을 고려한 식단 제공, 위생·영양관리 방문 지도, 조리·배식 지도 및 영양상담 등 영양관리 지도, 식생활 교육이 실시된다. 향후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거쳐 지원 규모를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건강한 식사는 개인의 행복한 삶을 넘어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식약처는 급식관리에 대한 국가적 책임과 이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린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고 안전한 급식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의경 | 식품의약품안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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