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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베이징 비키니

opinionX 2019. 7. 9. 11:19

중국의 도시를 걷다보면 ‘함께 손잡고 문명의 도시를 만들자(携手共建文明城市)’는 벽보나 포스터를 보게 된다. 남자 화장실에는 ‘한 발 더 내디디면 문명으로 들어갈 수 있다’(向前一步 踏入文明)는 글귀도 있다.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연상케 하는 구호들이다. 거창하게 ‘문명’을 들먹이지만, 중국인들에게 문명은 교양이나 도덕예절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구호와 선전 문구가 넘쳐나는 현실은 사회가 그렇지 못하다는 방증일까.

실제 중국에서는 거리에서 침 뱉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새치기, 쓰레기 투기, 교통신호 위반도 다반사다. ‘시끄럽게 떠들기로 말하면 중국인은 금메달감’이라는 말도 나온다. 여름철에는 중국인 특유의 생활습관을 목격할 수 있다. 여성들의 ‘파자마 패션’과 남성들의 배 노출 행동이다. 파자마 패션은 중국 여성들이 파자마를 신분 과시를 위해 외출복으로 입고 다닌 데서 유행했다고 한다. 이 풍속은 작가 조정래가 <정글만리>에서 ‘시안 같은 도시에 가서 잠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고 놀라지 말라’고 소개할 정도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파자마 금지령’을 시행했지만, 지금도 밤중에 파자마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이 있다고 한다.

웃통을 드러내는 노출 패션은 중국 남성들의 오랜 피서법이다. 공사장은 물론 거리, 식당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상반신 노출 패션도 있지만, 셔츠 아래를 말아올려 배만 드러낸 경우도 있다. 서양 언론은 이를 여성 비키니에 빗대어 ‘베이징 비키니’라고 부른다. 또 배통을 드러냈다고 해서 ‘베이징 벨리 비키니’라고도 한다. 올해부터 중국 일부 도시에서 ‘베이징 비키니’ 단속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톈진시는 ‘공공장소 웃통 금지’ 규정을 마련하고 위반자에게 벌금을 물렸는가 하면 허베이성 한단시는 교육용 동영상을 제작해 계도에 나섰다고 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는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정신문화는 물질의 성장에 못미친다. ‘베이징 비키니’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시진핑 정부는 물질과 문화를 함께 누리는 ‘샤오캉(小康)사회’를 약속했다.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안다’(<관자>)고 했다. 이제 중국은 예절을 논할 때가 됐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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