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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探偵)’이란 호칭은 영어 ‘Private Investigator’를 일본에서 자신들의 환경과 제도에 맞게 한자로 번안한 것이다. 한국이 탐정업(민간조사업)의 직업화를 추진함에 있어 ‘정보·단서·증거 등 자료 수집’을 사명으로 할 우리의 ‘민간인’에 대해 일본식 호칭인 ‘탐정’을 써야 옳은가? 더군다나 그런 용어를 대한민국의 법명(가칭 공인탐정법)에까지 그대로 인용해 사용하려 함이 적정한가에 대해 숙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전적으로 보더라도 ‘탐정’이라 함은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냄.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즉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음습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느끼기에 충분한 어감으로, 탐정물이 아닌 현실 속 직업인의 명칭으로는 저질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이에 영어 ‘PI’(약칭)나 이를 일본식으로 번안한 ‘탐정’을 우리의 정서에 맞게 바꾸어 부를 새로운 명칭 발굴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세계적으로 보아 사설탐정(사립탐정)이건 공설탐정(형사)이건, 비공인 탐정이건 공인 탐정이건 어떤 명찰을 달더라도 탐정은 공히 ‘정보나 단서·증거 등 문제 해결에 유용한 자료를 발견·수집·제공하는 일’을 요체로 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즉 탐정은 ‘획득된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취사선택된 자료로 말하는 존재’ 아닌가. 누가 봐도 탐정의 중추적 역할은 의뢰자를 대신하는 ‘자료수집대행’이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를 감안해 탐정을 ‘자료수집대행사(資料蒐集代行士)’로, 탐정업은 ‘자료수집대행업’으로 이름 붙이는 것은 어떨까. ‘자료수집대행사’라는 일곱 글자엔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선 실무적으로 보더라도 ‘자료’란 연구나 조사의 바탕이 되는 정보나 단서·증거 등 기초적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 탐정이 지향하는 목적물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요소들이다. 특히 이 명칭은 탐정 또는 민간조사원이란 용어에 비해 문법적으로나 탐정학 또는 법리적으로 거부감을 살 만한 요소를 찾기 어렵다.

혹자는 ‘탐정’이라 불러야 셜록 홈스를 연상시켜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탐정법’은 무엇을 규정하고 있는 법인지 얼른 이해하기 좋으니 법명에 ‘탐정’이라는 용어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호칭이 낯설다 하여 이를 가름하지 못할 국민이 아님을 말하고 싶다. 두 건의 공인탐정법(안) 심의과정에서 탐정의 기능은 살리되 그 명칭은 생활친화적인 우리의 것으로 명명하기를 기대한다.

<김종식 |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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