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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33개국은 사립탐정(민간조사원)의 기능에 대한 유용성을 인정하고, 이를 일찍이 제도적으로 정착시켜 국가기관의 치안능력 보완과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재판기능 보강 등에 널리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사설탐정이 직업으로 정착되어 산업으로까지 발전해오는 동안 초기에는 주로 개인의 모호한 행적 탐문이나 평판 조사 등 사적 영역을 활동대상으로 삼아 왔으나, 오늘날 대다수 외국의 탐정들은 변호사 업무를 조력하거나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안겨주는 보험금 부당청구 계략 탐지, 도피자 및 국외 은닉재산 추적, 실종자 소재 파악 등 수사기관에 협력하는 공익적 측면의 일에 관심을 갖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영향으로 탐정이 공인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는 사회적 병리현상이나 그 정도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탐정이 없는 우리나라에 특히 많은 것으로 비교되는 몇 가지를 적시해 보고자 한다.

민간조사원 '탐정'의 이미지 (출처 : 경향DB)


첫째, 실종자 수가 세계적이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만명을 웃도는 아동 실종(18세 미만)이 접수되고 있고, 5년간 총 973명에 이르는 아동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또 2009년부터 2013년 사이에 접수된 성인 실종(18세 이상)은 25만7000명이며 이 가운데 2만2842명이 현재까지 미발견 상태다. 즉 하루 평균 140건의 성인 실종신고가 접수되고 있으며, 이 중 매일 12명에 달하는 성인들의 생사가 불명한 상태라는 얘기다.

둘째, 보험사기가 세계적이다.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부당 지급한 보험금이 연간 1135억원을 넘어섰으며, 지난 한 해에 적발된 보험사기족은 7만8000명에 이른다. 그 수법도 날로 진화해 생계형 보험사기와 더불어 살해·방화 등을 수반한 전문적인 범죄형 보험사기가 늘고 있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교통사고 뺑소니가 세계적이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9604건의 뺑소니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219명이 사망하고, 1만4797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루 평균 26건의 뺑소니 교통사고에 1명이 목숨을 잃고 40명이 다치고 있는 꼴이다. 검거율은 90.5%에 이르고 있으나 뺑소니범 검거에는 오랜 시간과 많은 인원이 소요되는 등 그 피해가 막심하다.

이와 같은 두드러진 현상들을 빗대 나라 안팎에서 우리나라를 ‘실종 공화국’ ‘보험사기 공화국’ ‘뺑소니 공화국’이라고 일침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사실상 공권력보다도 탐정이 더 큰 효용을 발휘하며 사회적 먹구름을 걷어내고 있다. 우리도 한참 늦었지만 현재 국회와 고용노동부, 법무부, 경찰청 등이 중심이 되어 추진 중인 민간조사업 법제화가 하루빨리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식 |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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